▷1980년대까지만 해도 살인사건 현장은 무질서했다. 증거물이 될 만한 것을 누가 집어가도 알 수 없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형사가 피살자의 금품을 착복한 사례가 하 형사만이 아닐지도 모른다. 기자들도 특종을 낚기 위해 피살자의 사진, 일기장 등을 흔히 집어갔다. 그러다 탄생한 것이 ‘폴리스 라인’이다. 사건 발생 직후 경찰이 현장 보존을 위해 일반인의 접근을 막는 금지선이다.
▷소매치기, 퇴폐영업 등에 대한 경찰의 일제단속 때는 내통하는 형사가 단속정보를 해당 조직과 업소에 미리 알려주는 사례도 많았다. 수사정보가 사전에 외부로 새나가면 피의자가 도망가거나 증거를 없애버릴 수 있다. 이 때문에 수사기관으로선 수사의 기밀유지가 생명이나 마찬가지다. 독극물 협박사건이나 유괴사건은 식품업체를 보호하고 어린이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더욱 그렇다. 범인 검거를 위해 경찰과 언론사가 ‘검거 후 보도’를 약속하는 신사협정을 맺기도 한다.
▷최근 법원 직원들이 3대 신문 광고주 협박사건을 주도하거나 미국 쇠고기 수입반대 불법시위 사건 수사를 방해한 혐의로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 인터넷 카페를 통해 광고주 협박을 코치한 직원도 있다. 노조 직원은 재판사무 전산망에서 수사정보를 빼내 피의자들에게 알려준 혐의를 받고 있다. 법원공무원노조는 성명을 내고 ‘과잉수사’라고 반발했지만 국가보안법 위반 전과가 있는 직원에게 재판 전산망 이용을 허용한 것부터 사과해야 옳다. 법원 업무를 보조하는 직원들이 범죄 피의자들과 한통속이 된다면 사법정의(司法正義)가 어떻게 실현되겠는가.
육정수 논설위원 soo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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