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지사는 이 대통령이 취임 이후 ‘선(先) 지방 균형발전, 후(後) 수도권 규제완화’로 후퇴하자 “노무현 정부 때보다 후퇴한 역주행이다” “정부와 한나라당 내에 공산당이 있다”며 연일 포화를 퍼부었다. 그러자 이 지사는 “균형발전을 수도권과 비(非)수도권, 경제의 하향평준화, 공산당식 발상으로 매도하는 김 지사의 논리가 황당할 뿐”이라고 물고 늘어졌다. 수도권 규제가 풀리면 가장 손해 보는 곳이 경기도와 인접한 충청도라는 점에서 이 지사도 입 다물고 있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박 대표는 김 지사의 ‘공산당 발언’에 대해 “상궤를 벗어난 언행”이라고 경고했다가 어제는 다시 “용어가 그렇다는 것이지 김 지사의 주장이 옳다 그르다고 한 게 아니다. 내가 김 지사를 얼마나 사랑하는데…”라며 꼬리를 내렸다. 김 지사가 차기 대선을 노리고 ‘체급’을 올리기 위해 MB(이명박)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반대로 청와대가 김 지사를 박근혜, 정몽준의 대항마로 키우기 위해 일부러 참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김 지사의 발언은 평소의 소신이기는 하나 아무래도 2010년 경기지사 재선을 의식한 발언이지 않겠느냐는 사람들도 있다.
▷다음 선거로 치자면 이 지사가 더 절박하다. 지난 총선 당시 대전·충남 지역에 자유선진당 바람이 불어 한나라당은 한 석도 건지지 못하고 전멸했다. 이 지사만 외딴 섬처럼 고립된 형국이다. 당 최고위원회의 충남 민생투어 때 지도부를 공개 성토한 이유도 그런 사정과 무관치 않다. 이 지사로서는 이판사판이다. 지방선거가 다가오면 결국 이 정부의 정체성을 문제 삼아 선진당행(行)을 택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정치는 역시 서바이벌 게임인 모양이다.
김창혁 논설위원 chang@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