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4년 8월 15일 광복절 기념식장에서 벌어진 육영수 여사 저격사건 때 경호원의 육탄방어 모습을 기억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경호원이 한순간도 방심할 수 없음을 보여주는 현장이다. 차지철 전 경호실장은 재직 시 ‘각하를 지키는 것이 나라를 지키는 것이다’는 표어를 집무실에 붙여 놓았다. 그런 그도 1979년 10월 26일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의 총탄으로부터 박정희 대통령을 지켜내지 못했다. 대통령 경호에 100% 안전지대란 없다.
▷청와대 경호원들은 경호근무 중이 아닐 때도 빡빡한 교육훈련 일정 속에서 엄격한 생활을 한다. 정신과 체력 관리의 중요성 때문이다. 공사(公私) 생활에서 긴장을 풀거나 허점을 보여서도 안 된다. 청와대 밖에 있더라도 항상 긴급 연락이 가능한 ‘통신대기’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술 조심은 물론 외부인과의 접촉도 가급적 삼가야 한다. 경호원들의 사소한 방심이 자칫 대통령의 안위(安危)에까지 영향을 끼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에 파견된 경찰의 경호경비 총책임자(경무관)가 여성 경호원을 성추행해 파견근무가 해제됐다. 6일 이명박 대통령이 참관한 경호시범 행사가 끝난 뒤 회식 자리에서 여성 경호원과 ‘러브샷’을 하면서 지나친 신체접촉을 했다고 한다. 파견 경찰관의 돌출행동이라 하여 가볍게 볼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대통령 경호원들의 기강에 빈틈이 생기면 국가의 안위로 연결될 수 있다. 이 대통령은 시범행사를 지켜본 후 “(경호와 관련해) 경호실의 말을 잘 듣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격려를 받은 직후 그런 일이 벌어졌으니 더 심각한 문제다.
육정수 논설위원 soo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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