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학이 한국 대학과 가장 다른 점은 문과 이과를 떠나 전공 선택이 자유롭다는 점이다. 신입생은 2학년까지 마음껏 교양과목을 듣다가 3학년에 전공을 선택하고, 중간에도 쉽게 바꿀 수 있다. 전공 필수과목이 적기 때문에 전공을 여러 개 선택해도 상관없다. 학문 간 경계를 넘나드는 분위기에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는 창의적 인물도 나온다.
▷서울대가 자유전공학부를 신설해 2차 수시모집을 하고 있다. 자유전공학부는 법과대학이 법학전문대학원으로, 의과대학이 의학전문대학원으로 전환되면서 공백이 생긴 학부 인원을 흡수하려고 만든 과정이다. ‘이기적 유전자’의 저자 리처드 도킨스처럼 인문학적 사고(思考)를 할 수 있는 자연과학자를 키우는 것이 목표라고 김영정 서울대 입학관리본부장은 밝혔다. 예컨대 지금은 법의학 전공자가 드물지만 자유전공학부에서 법학 및 의학을 함께 배우면 훌륭한 법의학자가 될 수 있다.
▷서울대가 자유전공학부를 신설한 배경에는 학문 간 융합이 세계적 트렌드라는 점도 작용하고 있지만 내신이 불리한 특목고 학생들을 끌어오려는 뜻도 있다. 실제로 민족사관고 대원외고 국제반에서 미국 유명 대학을 목표로 공부한 학생이 대거 지원했다. 인문계열이든 자연계열이든 자유전공학부가 성공하려면 먼저 예비 로스쿨, 예비 메디컬스쿨이라는 이미지를 떨쳐낼 필요가 있다. 그러자면 미국과 유럽의 리버럴 아트 칼리지처럼 수준 높은 교양교육을 제대로 해야 한다. 자유전공학부 지원자 중에서 이름에 걸맞게 자유롭고 창의적인 잠재소양을 지닌 인재를 가려내는 과정부터 중요하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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