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럴림픽 발레소녀의 의지
6일 밤 베이징 장애인올림픽 개막공연이 펼쳐진 메인스타디움에서 한쪽 발이 없는 소녀가 청각장애인 무용단과 함께 10여 분간 발레공연을 선보였다. 초등학교 4학년인 리웨 양은 대지진 때 무너진 학교 건물 더미에서 70여 시간 만에 기적적으로 구조됐다. 왼쪽 다리를 잃어 더는 보통사람처럼 춤을 출 수는 없지만, 발레에 대한 꿈을 포기하지는 않겠다며 무대에 나섰다. 신체 일부를 잃었지만 인생의 꿈을 잃지 않은 소녀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우리 기억에 가장 오래 남는 장애인으로 영화 ‘수퍼맨’의 주인공 크리스토퍼 리브를 떠올린다. 지구를 구하는 영웅의 모습으로 팬들의 뇌리에 깊이 남았던 리브는 1995년 말에서 떨어지면서 목을 크게 다치는 바람에 장애인이 된 뒤 휠체어에 의지해 살다가 2004년 52세의 나이로 유명을 달리했다.
그가 아직도 우리의 기억 속에 영웅으로 남아 있는 이유는 전신이 마비된 뒤 보여준 의지 때문이다. 그는 “영웅이란 힘센 사람이 아니라 힘을 잘 쓰는 지혜와 용기가 있는 사람이다” “장애가 내 삶의 방식을 결정짓게 내버려두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크리스토퍼 리브 재단을 설립해 장애인을 후원하고 권익 보호에 앞장서 왔다. 지금 이 재단은 미국에서만 400만 명에 이르는 척추 부상 환자를 돌본다. 그는 인류에게 용기와 희망을 준 진정한 슈퍼맨이었다.
‘오체불만족’의 저자 오토다케 히로타다는 “장애는 불편하지만 불행하지는 않다”고 했다. 그의 손발은 10cm도 채 안 되지만 야구, 농구, 축구 등 못하는 스포츠가 없다.
우리나라에서 장애를 극복한 영웅으로는 한국 최초의 시각장애인 가수 이용복, 교통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됐으나 재활치료 후 ‘내 사랑 송이’로 휠체어 댄스를 보여주었던 강원래, 유럽 5개국 일본 한국을 휠체어로 종단하고 방송에서 ‘바퀴 달린 사나이’ 코너를 진행했던 하반신 마비 개그맨 박대운을 들 수 있다.
세상 모든 일이 자기 뜻대로 되지는 않는다. 살다 보면 생각지 못했던 사고가 발생해 한 사람의 꿈과 인생을 송두리째 뒤죽박죽 만들어 버린다. 주변에서 육체적 장애가 정신적 장애로 이어져 절망하고 포기한 뒤 불행한 삶을 사는 사람을 여럿 보았다. 이들이 삶을 포기하지 않도록 하려면 신체적 장애는 물론이고 심리적 사회적 문화적 장애까지 극복하게 하는 사회적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선진국일수록 이 분야에 관심과 투자를 많이 한다.
반짝 관심 대신 해야 할 일은
베이징 장애인올림픽에 출전한 한국 선수들은 연습할 만한 변변한 시설과 별다른 지원도 없이 종합순위 13위에 올라 우리 대한민국의 국력을 세계에 알리고 국민을 자랑스럽게 해 주었다. 장애를 극복하고 선전한 사실 자체가 국적과 메달에 상관없이 위대한 승리임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우리 모두가 격려하고 축하할 일이다.
육체적 장애가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육체적으로 멀쩡하지만 정신적으로는 남을 배려하지 못하고, 장애인을 비하하고 외면하는 사람들이야말로 스스로를 부끄러워해야 한다. 이제는 우리도 국력이 커진 만큼 장애인에 대한 반짝 관심에서 벗어나 장애인의 처지와 고민과 꿈을 이해하고 사회적 국가적으로 돌볼 점이 없는지를 살펴야 한다.
오무영 인제대 의대 소아청소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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