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마이클 오핸런]美대선주자 北核로드맵 제시를

  • 입력 2008년 10월 3일 02시 58분


미국에서 6·25전쟁은 흔히 ‘잃어버린 전쟁’으로 불린다.

비슷한 맥락에서 1990년대 이후 지속돼 온 한반도의 핵 위기 역시 미국에는 다소 잊혀진 위기 취급을 받고 있는 것 같다.

1990년대 후반에 이라크에서, 그리고 현재 이란에서 진행 중인 핵개발이 미국의 큰 관심을 끌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꽤나 대조적이다. 2002년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탈퇴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단원을 추방했지만 콜린 파월 당시 미국 국무장관은 그 상황을 위기로 규정하지 않았다.

현재의 북핵 상황에 대한 대처도 비슷한 패턴이다. 북한이 시리아와 같은 중동국가로의 핵 확산에 개입했다는 사실이 밝혀진 뒤에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안타까운 것은 한국을 망각하는 현상이 2008년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또다시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나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가 쏟아놓는 외교안보 관련 연설이나 기고문, 보도자료 역시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의미를 갖는 한반도에 대해서는 별다른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오바마 후보는 외교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김정일 국방위원장과도 직접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했고 6자회담을 지지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6자회담의 틀 내에서 북한에 제공할 수 있는, 좀 더 광범위한 유인책이나 상황의 악화를 막을 수단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단순히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의 협상력을 믿는 것은 전략이 될 수 없다.

매케인 후보 역시 6자회담을 지지한다고 한다. 하지만 1994년 북핵 위기 당시 북한에 대한 무력 사용을 주장했던 그의 ‘과거’에 비춰볼 때 향후 협상 과정에서 북한이 협조적으로 나오지 않을 경우 쉽게 인내력의 한계를 드러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어찌 보면 이 같은 태도가 더 현실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북한이 사태 해결의 진전을 거부할 경우 어떤 대안을 내놓을 수 있을지는 막연하다. 특히 김 위원장의 건강이 악화된 상황에서 북한이 고분고분 협상에 응하지 않을 공산이 크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한국과 중국의 지지 없이 미국의 독자적인 대북 압력 강화는 실패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양당 대선주자들은 어떤 태도로 북핵 문제를 바라봐야 할까.

첫째, 미국 대선후보들은 한국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둘째, 두 후보는 미국의 대북정책이 직면한 딜레마에 대한 창의적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오바마 후보가 주장하는 김 위원장과의 직접 대화나 매케인 후보가 강조하는 ‘힘’의 외교 모두 정책대안은 아니다.

셋째, 두 후보 모두 4개월여 남은 조지 W 부시 행정부 임기 내 힐 차관보가 추진할 수 있는 정책적 시도를 뛰어넘을 새로운 전략을 준비해야 한다.

개인적 견해로는 북한이 핵 포기의 결단을 내리고 재래식 군사력과 경제 분야에서 점진적인 개혁을 이루며 인권상황 개선에 나설 경우 경제 및 군사 분야에서 좀 더 발전된 관계를 이룰 수 있는 로드맵을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는 베트남 모델에 가까운 것이다.

물론 매케인이나 오바마 후보 어느 쪽도 내 제안에 찬성하지 않을 수 있다. 북한이 수차례의 합의서를 통해 국제사회와 맺은 핵 폐기의 엄숙한 합의를 지속적으로 위반하며 핵 확산을 시도할 경우 무제한적인 인내심을 가질 수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점은 차기 행정부는 현재의 북핵 위기를 더는 무시해서는 안 되며 새로운 미국의 안보정책에서 이 문제를 3, 4순위에 놓아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마이클 오핸런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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