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이 많기로는 증권시장만 한 곳도 없다. 정보가 곧 돈이다 보니 ‘찌라시’로 불리는 사설 정보지들이 판을 친다. 전·현직 공무원, 정보기관 관계자, 증권사 직원, 국회의원 보좌관 등이 정보 교환을 위해 만들기 시작한 찌라시가 지금은 거의 기업화됐다. 여의도를 중심으로 작성 업체 4, 5개가 성업 중인데 종류만 10여 종에 이른다. 예전엔 서로 돌려가며 봤는데 지금은 1부당 30만∼50만 원에 거래된다고 한다.
▷찌라시엔 주로 청와대와 정치권, 재벌기업, 연예인 등에 관한 확인되지 않은 가십성 뉴스가 실린다. 최진실 씨의 ‘사채설 루머’나, 가수 나훈아 씨를 둘러싼 괴소문의 진원지도 찌라시라고 한다. 공식적인 정보망 밖에서 흘러 다니는 괴담들은 대중의 왜곡된 욕구나 억눌린 기대의 반영이기 쉽지만 그 폐해는 엄청나다. 어느 여가수는 문란한 사생활로 병에 걸렸다는 한 줄의 찌라시 내용 때문에 광고계약을 취소당했다. 한 연예인은 낳지도 않은 자식의 어머니가 되기도 했다. 누군가를 음해하는 데 찌라시만큼 좋은 수단도 없다.
▷찌라시를 비롯한 헛소문에 대응하는 방법으로는 공식 부인, 소송, 위자료 청구 등이 있지만 정신과의사들은 ‘침묵’을 먼저 권한다. 말(言)이 말(言)을 낳으므로 그냥 내버려두라는 것이다. ‘와호장룡’으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중국의 인기 여배우 장쯔이는 책 ‘장쯔이 성공스토리’에서 “인기를 얻을 때마다 각종 헛소문이 나돌았지만 언제나 나 자신을 믿었다”고 털어놓았다. 평소 남에게 욕먹을 짓은 안 했다는 도덕적 자신감이 있었기에 흔들리지 않았고, 결국엔 소문도 제풀에 지쳐 사그라지고 말더라는 얘기다. 장쯔이처럼 우리 연예인들도 마음 굳게 먹고 이겨내야 한다. 그래야 악의적인 ‘소문의 덫’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
허문명 논설위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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