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참배-교단·지도자 분열 눈물로 회개
불교계 분노 이웃종교서도 귀담아들어야
지난달 24일 제주에서는 한국 교회사에서 기념비적인 사건이 연출됐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과 합동, 합신, 기장 등 장로교회가 교단 분열 55년 만에 연합예배를 거행하면서 연합과 일치를 다짐한 것. 이 자리에서는 장로교 교단 지도자 100여 명이 무릎 꿇고 눈물을 흘리며 교단 분열의 역사를 회개했다. 이 연합예배의 중심에는 최근 예장통합 총회장으로 취임한 서울 강동구 명일동 명성교회 김삼환(63) 목사가 있었다. 취임 뒤 일간지로는 처음으로 3일 김 목사를 인터뷰했다.
―연합예배에서 많은 교단 지도자들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헤어진 지 거의 60년 만에 모였으니 마땅히 회개해야죠. 3가지 면에서 회개하자고 말했습니다. 우선 1938년 신사참배 문제입니다. 신사참배를 목숨 걸고 거부하지 않았고 이제껏 회개하지 않았으니 아주 늦은 거죠. 또 하나는 교단 분열입니다. 그동안 교회는 부부에게 싸우지 말고 잘 살라고 하면서 정작 자신들은 매일 다퉜습니다. 신학적인 차이를 내세웠지만 그게 서로 원수처럼 싸울 만큼 큰 문제는 아닙니다. 마지막으로 교회 지도자의 분열입니다. 우리 사회는 둘이 만나면 둘이서도 갈라섭니다. 이념과 지역, 계층으로 나뉘었는데 여기에 교회 지도자까지 나서 분열을 조장했습니다.”
―총회장 취임 소감을 밝혀 주시면….
“능력이 매우 부족하지만 하나님께서 총회장을 맡겨 주셨습니다. 그래서 순종했습니다. 1년간 열심히 해야죠. 메뚜기도 한철인데….(웃음)”
―취임사에서 밖으로부터의 소리에 귀를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교회가 이제 양적 성장이 아니라 질적으로 커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더 많은 신자를 모으고, 성전을 크게 짓고, 외형적으로만 성장하려고 한다면 교회가 기업과 다를 바가 있습니까? 교회와 상류층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해야죠. 그동안 열매를 많이 거뒀으니 누군가 필요한 사람이 가져가도록 고개 숙이고 기도해야 합니다.”
―제주 연합예배가 교단 통합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요.
“적어도 분리와 대립이 좋지 않고, 일치해야 한다는 갈급함이 교회 지도자들에게 공유됐습니다. 오케스트라가 좋은 연주를 하려면 훌륭한 지휘자가 필요합니다. 일단 ‘우두머리’들이 반성문을 썼으니 좋은 결과가 나올 겁니다.(웃음)”
그는 시종 부드럽게 말하면서도 교회의 분열과 책임에 대해서는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특히 제주 연합예배를 통해 한때의 지나가는 눈물이 아니라 ‘우리 몸속의 DNA가 잘못됐다’는 것을 확인하고 이를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게 됐다고 말했다.
―탤런트 최진실 씨의 자살이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최진실 씨 같은 좋은 연기자가 쉽게 나온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비뚤어진 세상이 그를 죽음으로 몰고 갔고, 그 결과 우리 사회는 너무 소중한 사람을 잃었습니다. 오랜 시간 우리를 지켜온 것들은 정말로 아끼고 지켜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동아일보 같은 신문이 다시 나올 수 있겠습니까? 좋은 신문도 정말 지켜줘야 합니다.”
―불교계가 종교편향 문제로 정부와의 갈등이 적지 않습니다.
“불교는 2000년 이상의 전통을 가진 뿌리 깊은 종교이고 그 정신은 관대합니다. 그런 불교계가 ‘뿔이 났다’면 정부뿐 아니라 이웃 종교에서도 그 목소리를 겸허하게 귀담아들어야 합니다.”
―명성교회의 ‘특새’, 특별새벽집회는 참여율이 높기로 유명합니다.
“새벽기도에 6000명, 특별한 주간에는 하루 5만 명까지 참여합니다. 무엇보다 우리 집회는 ‘광적’이지 않습니다.(웃음) 그래서 아이들까지 데리고 나오는 젊은 부부가 많습니다. 신앙을 강요하기보다는 이 시대, 이 사회에서 잘살기 위해 어떤 정신과 마음으로 살아야 하는지 필요한 말씀을 전하려고 노력합니다.”
―어머님이 신앙생활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1979년 작고하신 어머니가 저를 어릴 적 업고 교회에 다니셨습니다. 제 인생의 전반부는 나름대로 험한 편이었습니다. 16세 때 장사한다고 돈을 훔쳐서 가출해 길가에서 물건을 팔았어요. 근데 어머니께서 어떻게 아셨는지 오셔서 손을 잡아끌더군요. 어머니는 못난 아들을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는 기도와 사랑으로 저를 믿음으로 인도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어떠신가요.
“14일경 미국에서 새뮤얼 코비아 세계교회협의회(WCC) 총무를 만나 2013년 총회의 한국 유치 문제를 논의할 예정입니다. 아직 한국에서 WCC 총회가 유치된 적이 없는데 예장 통합과 기장, 감리교, 대한성공회 등 협의회에 등록된 4개 교단이 힘을 모으고 있습니다.”
―사회, 경제적으로 힘든 사람이 많습니다.
“우리는 국제통화기금(IMF) 지원이란 큰 파도 속에서도 금반지를 모아가며 이겨냈습니다. 역사는 그 고통이 오래가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요셉처럼 가난한 이들을 위해 창고를 풀어야 하고, 교회와 강남 부자들이 먼저 앞장서야죠.”
:김삼환 목사:
△1945년 경북 영양 출생
△1978년 장로회 신학대학원 졸업
△1980년 명성교회 개척
△2000년 2월 한국외항선교회 총재
△2001년 2월 한남대 법인이사장
△2001년 5월 미국 휘트워스 칼리지 명예신학박사
△2001년 12월 국민훈장 목련장
△2002년 재단법인 아가페(기독교 교도소) 이사장
△2007년 9월 몽골 건국 800주년 기념 훈장
△2008년 1월 한국교회봉사단 대표
△2008년 2월 숭실대 명예기독교학박사
△2008년 9월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총회장 취임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