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토머스 프리드먼]페일린, 납세가 애국 아닌가

  • 입력 2008년 10월 10일 02시 58분


세라 페일린 미국 공화당 부통령 후보에 대한 관심이 지나치다곤 하지만 그가 한 말을 간과할 수만은 없다. 그가 조지프 바이든 민주당 부통령 후보와의 토론에서 한 발언 중 잊히지 않는 대목이 있다.

“당신은 최근 많은 세금을 얘기했고, 더 많은 세금을 요구했고, 많은 세금을 내는 것이 애국이라고 했다. 나와 토드(남편)처럼 평생 중산층으로 산 사람에겐 그건 애국이 아니다.”

얼마나 끔찍한 말인가. 페일린은 정부의 7000억 달러 구제금융 계획을 변호했다. 그는 자신의 아들이 복무하고 있는 이라크의 미군 병력 증강을 옹호했다. 그는 더 많은 병력을 아프가니스탄에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런 모든 정부 주도의 움직임을 뒷받침할 미국인의 정당한 지불을 애국적인 행위로 여기지 말라고 선언했다.

이렇게 묻고 싶다.

“페일린 주지사, 당신 이웃들이 세금 납부가 애국이라고 여기지 않는다면 이라크에 있는 당신의 아들을 보호할 전투장비 비용은 누가 지불합니까? 당신이 승인한 구제금융 비용은 누가 냅니까? 세금이 아니라면 이런 거대한 구상을 충당하기 위해 두 가지 방법이 있죠. 돈을 더 찍거나 더 많은 돈을 빌려오는 것이지요. 중국에서 돈을 빌려오는 것이 세금을 올리는 것보다 더 애국하는 것입니까?”

그건 미국 최우선 정책이 아니다. 그건 미국부터 팔아먹자는 정책이다.

유감이다. 나는 미니애폴리스의 중산층 출신이다. 부모님은 내게 세금 납부가 즐겁지는 않지만 경찰과 군, 학교, 노인 등의 의료보험을 위한 것이라고 가르쳤다. (뉴딜정책을 합헌으로 이끈) 올리버 홈스 판사가 적합한 말을 남겼다. “세금은 문명사회에 사는 대가”라고.

뭔가를 해야 한다면서 세금을 내지 말라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이라크에서 승리할 때까지 주둔해야 한다면서 그 비용인 세금을 납부하는 것이 비애국적이라고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보수적 인사들은 어떻게 얼굴을 똑바로 들고 이 여성이 미국 부통령이 돼야 한다고 말할 수 있단 말인가. 도대체 이들은 미국이 처한 심각한 고통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말인가.

지금 미국 경제는 초대형 폭풍의 한가운데 서 있다. 얼마나 더 나빠질지 모른다.

아이슬란드 정부가 두 번째로 큰 은행을 압류했고 국가부도를 피하기 위해 러시아에 50억 달러를 빌려 달라고 애걸하는 것을 알기나 하는가. 미국의 위기가 아이슬란드를 파산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누가 이런 것을 알고나 있었을까?

우리는 경제위기의 전체 규모가 어떤지 모른다. 새가 날지 않고 곤충이 울기를 그쳤는데 사람들만 아무것도 모르는, 그런 거대한 쓰나미 직전의 순간에 우리가 서 있는 게 아닌지 걱정이다. 지금 이 순간에는 훌륭한 통치와 노련한 지도력만이 우리를 살릴 수 있다.

존 매케인 공화당 대선후보는 대통령을 할 만한 재목이다. 그러나 우리 생애 최대의 심각한 경제위기 속에서 페일린과 같은 초짜를 내세우는 것은 무모한 짓일 뿐이다. 그건 보수주의와도 맞지 않는다.

그가 에너지 문제 전문가라는 말도 제발 하지 말기 바란다. 그건 사우디아라비아의 왕이 에너지 전문가라고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그는 미국의 사우디, 알래스카의 주지사일 뿐이다.

애국은 세금을 감면하거나 굴착기로 땅을 파는 게 아니라 더 많은 미국인이 생산적이고 창의적인 일을 할 수 있도록 경제를 건설하는 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페일린이 그런 계획을 갖고 있다는 소리는 들어보지 못했다.

토머스 프리드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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