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 수령자 가운데 공직자가 4만여 명이나 된다니 더 충격적이다. 실제로 농사를 짓지 않는 사람이 농지를 소유하는 것만으로도 법을 어기는 것인데 명색이 공직자가 쌀직불금까지 부정 수령했다는 것은 용서할 수 없는 범법행위이다. 국민의 혈세를 엄정히 관리하고 한 푼이라도 아껴 써야 할 공직자가 곳간 도둑질에 앞장선 꼴이다. 감사원이 작년에 이를 적발하고도 공개하지 않은 채 농림부에 제도 개선만을 권고한 것도 석연치 않다.
그렇지 않아도 온갖 부정한 방법으로 쌀직불금을 타내는 사례가 비일비재해 농민들 사이에서는 이 돈이 ‘눈먼 돈’으로 인식되고 있다. 농지 면적을 실제보다 부풀려 신청하거나, 공장용지를 농지로 허위 신청해 타는 경우도 있다. 같은 농지에 여러 사람이 중복 신청하기도 한다. 2005년 제도가 도입된 후 이런 문제들이 계속 터져 나왔지만 정부는 수수방관하다시피 해 왔다.
이제라도 전면적인 실태 파악에 나서 관련자들은 처벌하고 부당 수령금은 환수해야 한다. 특히 공직자는 위반의 정도와 직급 등을 고려해 명단 공개도 검토할 일이다. 이를 막기 위한 관련법 개정안도 서둘러 통과시켜 더는 예산 낭비가 없도록 해야 한다.
정부가 줄줄 흘리는 혈세가 쌀직불금뿐이겠는가. 1994년 이후 정부가 투입한 60조 원 이상의 농어촌구조조정 자금이나 영업용 차량의 유류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매년 2조 원 이상을 지출하는 유가(油價)보조금도 그중 일부다. 감사원이 지난 정부 5년간의 예산 낭비 사례로 지적한 8000여 건 가운데 심각한 것 200여 건만 추려도 그 액수가 10조6000억 원에 이른다. 언제까지 이런 낭비를 방치할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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