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가 ‘독이 든 열매’에서 ‘최음제’가 된 이유는 통역상의 오류 때문에 벌어진 해프닝이었다고 한다. 여행 중이던 한 프랑스인이 이탈리아 주방장에게 어떤 음식이냐고 물었고 이 주방장이 불어로 ‘무어인의 사과(Pomme de Moors)’라고 대답했다. 그런데 프랑스인이 이를 ‘사랑의 사과(Pomme d’Amore)’로 잘못 알아들었고 최음제로 여겼다는 것이다.”》
바닷가재, 美개척시절엔 노예음식
낯선 사람과 함께 식사하는 자리에서 음식의 유래와 관련된 고사나 일화를 꺼내면 서먹한 분위기가 풀린다. 음식에 대한 관심이 보편적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저자가 20여 개국을 여행하며 먹었던 각국 음식의 유래와 역사, 에피소드와 문화가 담겨 있다. ‘역사 속의 한 장면’ ‘원조와 어원’ ‘음식남녀’ ‘전쟁과 도박’ ‘황제의 음식’ ‘건강과 소망’ 등 6개 부문으로 나눠 68종의 음식에 얽힌 문화사를 짚었다.
요즘 고급 요리로 인식되는 ‘로브스터(바닷가재)’는 영국으로부터 독립하기 전 미국에서는 가난의 상징이었다. 초기 개척 시절 미국에는 빵이 모자랐고 농장 일꾼이었던 가난한 이주민들과 노예들은 배고픔에 시달렸다. 농장주들은 그들에게 “빵이 없으니 로브스터를 먹어라”고 말했다. 매사추세츠의 한 농장에서는 하인들이 ‘일주일에 세 번 이상 로브스터를 식탁에 올리지 않는다’는 노동계약을 얻기 위해 파업을 하기도 했다. 당시 미국에서 로브스터는 가난한 집 어린이나 하인, 죄수들이 먹는 음식이었다.
창세기에 나오는 이브의 사과, 만유인력을 생각해 낸 뉴턴의 사과, 세잔이 그린 사과, 빌헬름 텔이 아들의 머리 위에 올려 두었던 사과, 스피노자의 사과 등 다양한 사과와 관련된 이야기도 등장한다.
개고기 요리에 대한 이야기도 담겨 있다. 한나라 고조 유방이 천하를 통일한 뒤 부하 장수인 번쾌가 잡아 요리해 준 개고기를 먹으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는 일화부터 정조 19년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에 올랐다는 개고기찜 기록을 소개했다. 한나라 무덤인 ‘마왕퇴’에서 나온 죽간에도 개고기를 이용한 음식이 소개된 것으로 미루어 한나라 왕족과 귀족도 개고기를 먹었을 것으로 보인다.
저자는 우리에게 친숙한 음식 이름의 유래도 찾아간다. ‘짬뽕’은 1899년 일본의 나가사키에서 중국 음식점을 경영하던 천핑순이라는 화교가 처음 만들었다. 그는 안면이 있는 중국인 손님들에게 “너 밥 먹었느냐”라고 인사했다. 가난했던 중국 유학생들과 노동자들의 최대 관심사가 끼니를 때우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표준 중국어로는 “츠판”이라고 말해야 했지만 그는 고향 푸젠 성 사투리로 “샤뽕”이라고 물었다. 이를 일본 사람들이 중국식 우동의 이름이라고 생각해 ‘찬폰’이라고 부르면서 국수 이름으로 굳어졌다. 일본어 ‘찬폰’이 한국으로 건너오면서 다시 ‘짬뽕’으로 바뀌었다는 것.
음식의 유래와 변화를 설명하는 데 여러 가설이 혼재된 경우가 많다. 저자는 이 때문에 가급적 ‘설’에 의존하지 않고 자료에 충실하려고 했다고 말한다.
먹지 않으면 살지 못하는 인간의 역사는 곧 음식의 역사다. 저자는 서문에 “사람이 살아가는 데 빼놓을 수 없는 의식주에는 인류의 문화와 역사가 고스란히 배어 있다”고 썼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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