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에 걸리면 “곧 죽는다”며 공포에 떨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놀라운 발전이다. 그러나 암 전문가들은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더 많다”고 말한다.
보건복지가족부의 발표에 따르면 5년 생존율이 가장 높은 암은 갑상샘암(98.1%)이었으며 이어 유방암(87.3%), 자궁경부암(81.1%), 전립샘암(76.9%) 순이었다. 이런 암들 역시 치료가 쉬운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다른 암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유순한 암’에 속한다.
반면 치료가 너무 어려워 ‘최악의 암’으로 꼽히는 췌장암의 5년 생존율은 아직도 10%를 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10여 년 전 9.4%에서 7.8%로, 1.6%포인트나 떨어졌다. 국내 암 발생률 2위인 폐암의 5년 생존율도 같은 기간 11.3%에서 15.5%로 4.2%포인트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 때문에 까다로운 암 치료기술은 별로 개선되지 않았는데, 유순한 암의 치료효과가 높아져 5년 생존율을 높인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지적에 복지부와 국립암센터는 “위암, 간암, 대장암, 유방암, 자궁경부암 등 5대 암을 대상으로 한 국가 암검진 사업이 5년 생존율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폐암과 췌장암은 애초부터 이 사업의 대상이 아니었다. 이들 암이 포함됐다면 정부가 지금처럼 자화자찬할 수만은 없었을 것이다.
이진수 국립암센터 원장은 “일부 병원에서는 폐암과 췌장암의 진단을 하고 있지만 의학적 효과가 확실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췌장암은 초음파검사로 70% 정도 진단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 않느냐”는 기자의 지적에 복지부 관계자는 “검사 비용이 너무 비싸서…”라며 말끝을 흐렸다. 비용 대비 효율이 작다는 얘기다.
2001년 시작한 국가 암검진 사업의 공로를 무시할 수는 없다. 암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준 것은 분명 큰 성과다.
그러나 폐암과 췌장암이 암 발생 환자의 14.7%를 차지하고 사망률 1, 2위를 기록하고 있는 것은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이는 정부가 ‘비용 대비 효율’만 주장해서는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금이라도 최악의 암을 예방할 수 있는 국가 암검진 사업이 되기를 기대한다.
김상훈 교육생활부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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