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정택 교육감 ‘국제중 설립’ 약속 지켜야

  • 입력 2008년 10월 17일 03시 03분


서울시교육청의 국제중학교 설립 계획이 차질을 빚고 있다. 공정택 교육감이 7월 선거에서 공약한 ‘국제중 설립, 내년 3월 개교’가 그제 서울시 교육위원회에 의해 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교육위는 국제중 설립 취지엔 공감했으나 “사회적 합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설립 동의안 처리를 유보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어제 재추진 의사를 분명히 했지만 내년 3월 개교 가능성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우리는 서울시 교육위의 판단에 동의하기 어렵다. 2006년부터 추진돼온 국제중 설립계획은 평준화에 집착한 지난 정부에 의해 미뤄져 왔다. 공 교육감은 정권 교체와 함께 ‘설립 관철’을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됐으므로 사회적 합의 절차를 거친 것으로 봐야 한다. 교육과학기술부도 지난달 이 계획을 최종 승인했다. 전체 위원 15명 가운데 보수 성향 인사가 12명을 차지해 평소 ‘평준화 보완’을 외쳐온 교육위가 설립계획을 보류한 것은 국제중을 ‘귀족학교’라고 몰아세워온 반대 세력에 굴복한 꼴이다.

공 교육감도 책임이 없지 않다. 국제중 설립에 관한 결정은 교육감의 전결 사안이어서 교육위원회를 거칠 필요가 없는데도 동의를 요청한 것은 책임 회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선거자금을 학원장에게 빌린 사실이 드러나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터여서 추진 의지가 약화된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이대로 가다가는 공 교육감의 공약만을 믿고 내년 입학을 목표로 준비해온 학부모와 학생들만 피해를 보게 됐다. ‘평준화 보완과 수월성 강화’를 새로운 교육정책의 방향으로 내건 이 정부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됐다.

국제중 설립은 글로벌 시대에 적합한 인재를 육성하고 학교 선택권을 확대하기 위한 평준화 보완책의 일환이다. 지난 서울시교육감 선거 때 패배한 일부 세력에 정치권까지 가세해 이 문제를 정치적 이념적 대결구도로 몰고 가는 것은 옳지 않다. 긴 안목에서 추진해야 할 교육 문제를 단기적인 인기 전략으로 써먹는 일은 여당이든 야당이든 경계해야 한다. 공 교육감은 교육위원들을 설득해 국제중이 계획대로 내년 3월 문을 열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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