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는 그동안 우리의 자존심을 상하게 했다. 27개 VWP 가입국에 같은 아시아 국가인 일본과 싱가포르는 오래전부터 포함시켜 놓고 한국은 ‘비자 거부율이 높다’는 이유로 배제했기 때문이다. 기준이야 어떻든 우리로선 불쾌한 차별대우였다. 서울 광화문 인근의 미국대사관 앞에 사시사철 길게 늘어선 비자 신청자들을 볼 때마다 대미(對美) 호감은 줄어들었다. 비자면제는 미국이 더는 우리를 불법체류 가능성이 없는 ‘선량한 여행자’로 본다는 점에서 국위(國威) 국격(國格)과도 무관하지 않다.
▷VWP에 따라 관광과 상용(B1, B2) 목적으로 비자 없이 미국에 가기 위해서는 미국 전자여행허가(ESTA) 사이트에 접속해 성명과 생년월일 국적 성별 전화번호 여권번호 등 17가지 필수정보와 주소를 포함한 선택항목 4가지를 입력하면 곧바로 입국 가능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비자 신청에서 발급까지 1∼2주 기다려야 했으나 이제는 몇 분이면 되는 것이다. 한번 허가를 받으면 2년 동안 미국 입국이 가능하다. 연간 1000억 원을 절약하는 경제적 효과도 생긴다. 실제로 작년엔 36만 명이 관광 및 상용 목적으로 미국 비자를 신청해 수수료를 포함해 1인당 33만 원의 비용을 지출해야 했다.
▷부시 대통령은 퇴임을 석 달 앞두고 중요한 약속 하나를 지켰다. 내친 김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의회 비준까지 마무리 지어줬으면 한다. 부시 대통령은 어제도 “다음 달 의회가 열리면 한국과 콜롬비아 파나마와의 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최우선 과제의 하나로 삼아야 한다”며 의회의 결단을 촉구했다. 한미 FTA 비준까지 매듭짓는다면 부시는 한미 관계 강화를 위해 많은 일을 한 대통령으로 기억될 것이다.
방형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