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권순택]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

  • 입력 2008년 10월 22일 03시 00분


1998년 대학 3학년생 박기태 씨는 인터넷을 통해 외국인 친구들과 편지를 주고받기 시작했다. 서신 교류가 늘어나면서 박 씨는 심각한 문제를 발견했다. 많은 친구가 한국의 위치도 모르고, 알아도 중국의 속국 정도로 인식하고 있었던 것. 박 씨는 한국을 바로 알리기 위해 1999년 5월 인터넷 홈페이지(prkorea.com)를 만들었다. ‘사이버 외교사절단’으로 유명한 반크(VANK·Voluntary Agency Network of Korea)는 그렇게 탄생했다. 박 씨는 현재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국내외에 회원 2만2000여 명이 있는 반크가 지난 9년 동안 거둔 성과는 눈부시다. 2000년 8월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한 내셔널지오그래픽에 항의 e메일을 보내 사과와 함께 ‘동해와 일본해를 병행 표기하겠다’는 답변을 받아냈다. 2002년에는 세계적인 지도제작업체 월드아틀라스사가 동해와 일본해 병기 방침을 밝혀오기도 했다. 독도를 일본 영토로 표기했던 세계지도 포털사이트 ‘월드맵’이 오류를 고친 것도 반크의 활약 덕분이다. “정부가 반크만큼만 하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풀뿌리 민간외교의 힘을 실감케 한다.

▷1인당 2만 원인 회원 가입비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반크의 연간 예산은 2억 원에 불과하다. 일부 기업 및 민간단체의 후원금과 정부 지원금으로 독도 캠페인 같은 특별 홍보활동도 한다. 전형적인 ‘저비용 고효율’의 민간단체인 셈이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은 2005년부터 4년 동안 ‘한국 바로 알리기’ 사업 차원에서 반크에 2억1200만 원을 지원했다. 연간 5000만 원이 조금 넘는 액수다. 그러나 연구원이 내년에도 반크를 지원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사업 예산이 30%나 줄었기 때문이다.

▷반크와는 대조적으로 광우병 파동 때 불법 폭력시위를 주도한 일부 시민 사회단체들은 계속 정부의 예산 지원을 받는다. ‘광우병 국민대책회의’에 참여한 일부 단체들은 작년 노무현 정부로부터 8억2000만 원을 받은 데 이어 올해 다시 4억6400만 원의 지원금을 배정받았다. 불법시위 단체들은 지원 혜택을 받고 반크 같은 단체는 지원이 끊긴다면 그런 정부를 보고 누가 세금을 내고 싶을까.

권순택 논설위원 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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