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2.31km²(약 70만 평) 넓이의 우포늪은 1억4000만 년 전, 지구 해빙기 때 바닷물 상승으로 낙동강이 역류해 호수가 만들어진 후 서서히 대지로 바뀌는 과정에서 생성되었다고 한다. 공룡이 어슬렁거리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사람 손이라고는 닿은 적이 없는 이 절대순수(絶對純粹)의 땅에서 생명체들은 변함없이 살 곳을 만들고 새끼를 낳아 기르고 소멸하는 삶을 반복하고 있다. 우포늪은 희귀 동식물의 완벽한 먹이사슬이 살아 있어 세계에서도 드문 생태의 보고(寶庫)로 불린다. 식물은 우리나라 전체 식물의 10%인 435종에 달하며 동물은 조류 파충류 곤충류를 합쳐 1000여 종이다. 표본과 박제가 없는 천연 자연사박물관이다.
▷늪과 그곳에 살고 있는 생명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잊고 사는 ‘공기’의 존재를 느끼듯 인간의 삶도 거대한 자연의 일부이며, 사람이 먹고사는 일이 그것들의 삶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영원과 찰나, 천태만상과 무념무상이 공존하는 우포늪에 서면 누구라도 철학자가 된다.
▷인간 세상에서 ‘늪’이라는 단어는 불안을 은유하지만 자연의 늪은 몸의 콩팥이나 허파처럼 자정작용을 하는 치유의 공간이다. 28일∼11월 4일 경남 창원에서는 이 치유의 공간인 늪을 보존하기 위해 준비된 국제환경회의 람사르총회(10회)가 열린다. 1971년 이란의 작은 도시 람사르(Ramsar)에서 시작된 이후 일본에 이어 아시아 지역에선 두 번째다. 한국에선 우포늪, 순천만, 무안갯벌 등 11곳이 람사르 협약에 따른 보존 습지로 등록돼 있다.
허문명 논설위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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