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웹사이트에서 어린 학생이 올린 듯한 이런 글을 봤다. ‘10년 이상 감옥에서 사시는 분 있잖아요. 거기서 뭐 해요. 365일 멍하니 앉아 있나요. 영화 보니깐 축구도 하고 청소도 하고…(중략) 자격증 같은 것도 따게 해주나요. 잘 곳 대주고 밥 주고 기술도 가르쳐주고. 이게 무슨 감옥이에요. 천국이지. 잘 곳 없어서 지하철역에서 주무시다 얼어 죽고 돈 없어서 굶어 죽고…얼마나 많은데. 나쁜 사람들을 벌하는 곳이 왜 이리 좋나요.’
▷청소년들이 영화나 TV 드라마에 비친 수감자들의 생활 모습을 보고 혼란을 느낄 만하다. 수감생활이 다양한 스토리와 엮여 흥밋거리로 비칠 때가 많으니 10년간 갇혀 산다는 고통이 피부에 와 닿겠는가. 한국투명성기구가 최근 중고교생 1100명을 상대로 한 반(反)부패인식지수 조사 결과를 보면 가치관의 전도(顚倒)와 혼란이 배어 있다. ‘감옥에서 10년을 살더라도 10억 원을 받게 된다면 부패를 저지를 수 있다’는 설문에 17.7%가 ‘그렇다’고 답했다고 한다. 아이들이 얼마나 깊이 생각하고 한 대답인지 모르지만 개운치 않다.
▷한국은 올해 국제투명성기구(TI)의 부패인식지수 순위가 작년보다 3단계 오른 40위였다. 하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는 여전히 낮은 22위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력에 걸맞지 않은 평가가 부끄럽다. 부패는 단순한 죄와 벌의 문제만이 아닌, 국가경쟁력과 대외 신인도에 직결되는 문제다. 부패를 뜻하는 영어 ‘커럽션(corruption)’은 ‘함께 파멸하다’는 라틴어에서 나왔다고 한다. 청소년들에게 부패와 10년 감옥의 의미를 똑바로 가르쳐줘야 한다.
육정수 논설위원 soo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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