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에 표지판과 안내판이 있어서 자신이 걷는 이 지점이 어디쯤임을 친절하게 가리켜주었고, 앞으로 감당해야 할 여정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이처럼 확실한 길이 있는 한 사막 속의 오아시스는 물론, 아마존 강 상류 열대 우림 속에 감쪽같이 숨은 작은 부족마을도 단박에 찾아 낼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도로는 하염없이 계속되었고, 그는 다만 거칠 것 없이 터놓은 도로를 따라 쫓아가기만 하면 되었습니다.
결심하고 떠난 7개월 만에 그는 드디어 염원하였던 사막의 들머리에 당도하였습니다. 멀고 먼 길을 달려온 만큼 그곳 숙소에서 매우 편안한 하룻밤을 휴식하며 보냈습니다. 그런데 이튿날 아침, 그는 무척 놀랐습니다. 해가 떠오른 시간에 그의 침실 창 밖으로 자신의 목적지였던 오아시스가 빤히 바라보였습니다. 착시가 아님을 확신한 그는 부랴부랴 행장을 챙겨 낙타 등에 올라탔습니다. 오아시스는 줄잡아 20분이면 당도할 수 있는 거리에 있었습니다.
막상 출발하려는 순간, 기막힌 변고가 그에게 닥치고 말았습니다. 묵었던 숙소의 현관문을 나서면서부터 그가 지금까지 익숙하게 걸어왔던 도로는 물론이고, 그토록 흔하던 표지판조차 모습을 감추고 말았기 때문입니다. 사방 어디를 둘러보아도 시야 끝까지 뻗은 모래 언덕과 그 위로 스쳐 가는 따가운 모래바람, 그리고 이글거리는 태양만 바라보일 뿐 그 존재를 의심한 적이 없었던 오아시스로 가는 도로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사막에서는 오아시스로 가는 도로를 따로 건설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안내판 역시 필요하지 않음을 그는 눈치 채지 못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자신을 이곳까지 이끌어 주었던 도로를 발견할 수 없는 이상, 파라다이스를 지척에 바라보면서도 냉큼 그곳으로 다가 갈 수 없게 된 것입니다. 그는 하루도 아니고 한 달도 아닌 10여 년을 사막의 혹독한 모래바람을 무릅쓰고 오직 오아시스로 가는 도로만을 찾아 헤맸으나 끝내 허사가 되고 말았습니다.
작가 김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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