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레라이스라고 하면 인도 요리 같지만 인도에는 카레라이스라는 요리가 없다. (…) 카레가 요리로서 유럽에 전해진 것은 1772년. 훗날 초대 벵골 총독이 되는 워런 헤이스팅스가 영국 동인도회사의 사원이던 시절에 대량의 마살라(향신료를 조합해 맷돌로 으깬 조미료)와 인도 쌀을 고국으로 가지고 돌아간 것이 시초다. 그는 인도인 요리사에게 카레(마살라)와 밥을 혼합한 음식을 만들게 해 왕궁의 리셉션에서 선보여 큰 호평을 받았다. 귀족 연회를 담당하던 클로스 앤드 블랙웰(C&B)사가 이 소문을 듣고 매운맛을 죽여 세계 최초의 카레 분말 개발에 성공했는데, 이것을 사용해 고기나 야채를 조리한 것이 영국풍 카레의 시초이고 카레라이스의 원조다.”》
인도에는 카레라이스가 없다
카레와 스시, 스파게티 등은 그 음식이 탄생한 지역과 국가를 넘어 세계인이 즐기는 음식이 된 지 오래다. 인간이 한 끼 배를 채우는 단계를 넘어 풍요로운 식생활을 누리게 되면서 음식문화는 끊임없이 발전해 왔고 최근 급속히 국제화하고 있다. 저자는 이처럼 알면 더 즐거운 음식과 관련한 다양한 상식들을 전한다.
여행잡지 기자와 편집자를 거쳐 20여 년 동안 여행과 음식문화에 대해 글을 써 온 저자는 한 나라를 상징하는 음식의 숨겨진 이야기, 술과 관련된 역사, 음식에 대한 금기가 만들어진 배경, 식사문화 등의 소소한 얘깃거리를 풀어나간다.
일본 전통 요리인 스시의 역사는 길지만 지금과 같은 형태의 스시가 등장한 것은 200년도 되지 않았다고 말한다. 소금에 절인 생선에 쌀밥을 넣어 자연 발효하는 음식으로 반 년 이상 기다려야 먹을 수 있었던 스시를 하루 만에 먹을 수 있게 된 것은 식초 양조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18세기 후반부터였다. 손으로 쥐어 뭉친 초밥에 생선 등을 얹는 오늘날의 스시는 1825년경에야 탄생했다.
세계 최초로 증류주가 제조된 지역은 현재 음주를 금지하는 이슬람 문화권이었다고 한다. 문헌에 따르면 기원전 8세기경 메소포타미아에서 처음으로 증류주가 제조됐다는 것. 7세기 초 이슬람교가 막을 올리기 훨씬 이전에 술이 먼저 탄생한 셈이다. 서아시아에서 탄생한 증류주의 제조방법은 아랍 상인들에 의해 인도에서 동아시아와 유럽으로 전파됐다고 한다.
문어와 오징어를 먹지 않는 게르만족의 금기에는 그리스도교와 관련된 종교적 배경이 있었다. 그리스도교의 모체가 된 유대교의 엄격한 ‘식생활 규범’에서 어류를 ‘지느러미와 비늘이 있는 수중동물’로 규정하면서 그 외에는 금기 대상이 됐기 때문이라는 것. 저자는 그리스도교도들이 게 새우 조개 등은 뛰어난 맛 때문에 금기 대상에서 뺐지만 문어와 오징어는 생김새와 빨판에서 연상되는 기분 나쁜 이미지 때문에 계속 먹지 않았다고 말한다.
식사문화에 대한 설명도 흥미롭다. 저자는 손으로 음식을 집어먹는 행위를 예의 없고 비위생적이라고 보는 인식은 편견이라며 “유럽에서도 오랜 세월 동안 수식문화(手食文化)가 이어져 왔고 지금도 세계인의 40%가 손으로 음식을 먹는다”고 말한다. 또 인도네시아 등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오른손은 청결하고 왼손은 불결하다는 관념 때문에 오른손으로만 음식을 먹는다고 설명한다.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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