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정성희]일본 유학시험

  • 입력 2008년 10월 28일 02시 59분


글로벌 시대 유학생이 급증하면서 세계 대학들의 유학생 유치전이 뜨겁다. 미국은 이 분야에서도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미국에서 공부를 마친 뒤 고국으로 돌아가는 사람도 많지만, 일부는 연구 및 생활여건이 좋은 미국에 남아 경제 및 과학발전에 기여했다. 유학을 통한 우수두뇌 유치야말로 한 나라의 성장동력을 좌우하는 요소이다. 종전에는 미국이 외국인 유학생의 60%를 점유했지만 지금은 유학대상 국가가 다양화하는 추세다. 미국 외에도 많은 나라의 대학들이 유학생을 잡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

▷유학생 유치를 우수두뇌 유입 차원에서만 볼 일이 아니다. 유학은 그 자체로 수익을 창출하는 유망산업이다. 유학생 1명을 유치할 경우 그 학생이 쓰는 학비, 생활비, 그 가족이 왕래하는 비용은 서비스 수지에 보탬이 된다. 대학들은 유학생을 통해 등록금 수입을 얻고 학교와 나라의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다. 유학생 유치에 개별 학교 차원을 넘어 정부가 뛰어드는 것도 그래서이다. 독일 괴테하우스, 프랑스 ‘캠퍼스 프랑스’가 그런 사례다.

▷아시아 국가들은 유학생 유치에 뒤늦게 뛰어들었지만 일본이 가장 앞서고 있다. 1983년 당시 나카소네 야스히로 총리가 ‘유학생 10만 명 계획’을 추진한 이래 25년이 지난 현재 유학생이 12만 명에 이른다. 다만 유학생이 한국인(14%)과 중국인(74%)에 편중돼 있다. 언어 문제 때문에 유학생의 학력 수준을 제대로 알 수 없다는 것도 문제였다. 이러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일본은 일본 유학시험 문제를 한국어와 중국어로도 출제해 언어 장벽에 가려진 기초학력을 정확하게 측정하기로 했다.

▷학생 수 감소와 재정난으로 위기를 맞은 한국 대학들도 유학생 유치를 통해 활로를 찾고 있다. 2008년 4월 국내 외국인 유학생은 6만3952명을 기록했다. 정부는 2010년 유학생 10만 명 달성을 목표로 한 ‘스터디 코리아(Study Korea) 프로젝트 발전방안’을 올해 발표했다. 한국도 유학생의 대다수가 중국인이고 ‘싸구려 유학’이라는 이미지를 안고 있다. 일본과 유사한 고민을 안고 있는 셈이다. 우리 정부도 우수 인재를 잡기 위해 자국어마저도 포기한 일본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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