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뇌신경외과 전문의가 김 위원장의 치료를 위해 평양에 갔다’는 프랑스 주간지 르 푸앵의 보도로 양국 간 ‘의료 협력’에 다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주 김 위원장의 장남 김정남이 파리의 한 병원을 방문한 사실에 비춰 보면 이 보도가 터무니없어 보이지는 않는다. 생트안 병원의 프랑수아그자비에 루 신경외과 과장은 뇌혈관 질환과 뇌종양 치료의 권위자로 8월에도 북한의 요청으로 평양을 방문했다고 르 푸앵은 전했다. 루 과장은 어제 “베이징에 머물고 있다”고 AFP통신에 알리면서도 기사의 진위 확인을 거부해 여운을 남겼다.
▷외교관계가 없는 국가라고 해도 그 나라 국민에게 인술을 베푸는 것은 프랑스의 전통이다. 프랑스는 1990년 걸프전 이후 서방이 이라크에 등을 돌릴 때도 이라크 부총리를 은밀히 입국시켜 진료를 받게 했다. 비판이 일자 프랑스 정부는 “인도적 차원에서 한 조치”라며 일축했다. 북한이 이를 모를 리가 없다. 프랑스 정부와 병원 측의 보안 유지도 유명하다. 필자가 파리특파원 시절 오진우를 담당했던 의사와 어렵게 통화를 하는 데 성공했지만 정작 치료 상황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듣지 못했다.
▷루 과장은 김 위원장의 건강상태를 추적하는 각국 언론의 취재 리스트 1순위에 올랐다. 정보기관들도 따라붙을 것이다. 얼굴 사진까지 공개됐으니 따돌리기도 어렵게 됐다. 북한은 체질상 처음부터 외국에 기대지는 않는다. 막바지에 프랑스 병원을 찾은 오진우와 고영희는 병을 고치지 못하고 귀국해 얼마 뒤 숨졌다. 루 과장이 김 위원장을 치료하는 것이 확실하다면 그의 병세도 초기가 아니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방형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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