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엔 법무부가 형법을 개정하면서 간통죄를 폐지하려다 여성계의 빗발치는 비난여론을 맞고 물러선 적이 있다. 2001년엔 재판부가 합헌결정을 내면서도 성 개방에 대한 사회적 수용 분위기를 감안해 이례적으로 “입법부는 간통죄 폐지를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해 변화의 전조를 보여주었다. 간통죄가 갈수록 수세에 몰리는 것은 국제적 입법추세와 맞지 않을뿐더러 가정과 여성의 수호신 노릇을 하기가 어려운 시대적 상황 때문이다. 간통죄 입법목적 가운데 하나인 여성 보호는 아내의 외도가 늘어나면서 의미가 사라졌다.
▷대검찰청 통계에 따르면 1984년 29.7%이던 간통사건 기소율이 20년 후인 2004년엔 14.4%로 떨어졌다. 반면 2004년 여성 간통사건의 기소율은 15.4%로 전체 간통사건의 기소율(14.6%)을 약간 웃돌고 있다. 간통죄를 신주단지 모시듯 하던 여성계가 먼저 반기(反旗)를 들고 일어난 이유다. 간통죄가 폐지될 경우에도 간통한 배우자의 민사책임은 그대로 유지된다. 간통은 재판상 이혼사유에 해당하고 위자료도 청구할 수 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어제 헌재 결정 직후 발표한 성명서에서 “간통죄가 부부 간에 갖춰야 할 신뢰와 책임을 국가의 형벌권에만 내맡기고 실질적 대안 마련과 인식변화의 기회를 막고 있는 측면에서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국가가 남녀 간 ‘침대 비즈니스’에 개입할 필요가 없다는 법논리가 선진국에서는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헌재의 결정 추이로 볼 때 간통죄가 인공호흡기를 뗄 날이 머지않은 것 같다. 그렇더라도 가정을 평화롭게 가꾸기 위한 부부 사이에 신의 성실의 원칙은 여전히 살아 있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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