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전 대표는 이른바 진보 시민운동가의 간판에 해당하는 인물이어서 비리가 드러날 경우 시민단체 전체의 도덕성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힐 것 같다. 그는 “시민운동가들도 이슬만 먹고 살 수는 없지 않느냐”고 말했지만 정부 보조금이나 후원금 횡령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은 아닐 것으로 믿고 싶다. 스스로 깨끗하지 못한 사람들이 어떻게 ‘맑은 공기’와 ‘깨끗한 물’을 거론할 수 있겠는가.
이번 공금 횡령사건만 해도 악취가 풀풀 풍긴다. 인감을 도용해 후원금은 물론이고 ‘서해안 살리기’ 기업 성금까지 빼먹었다. 가짜 사업을 꾸며 지원금을 타내고, 이를 숨기기 위해 세금계산서도 날조했다. 내부가 얼마나 곪았기에 수년간 이런 범죄가 횡행했는데도 모르고 있었을까. 환경련은 각종 지원금의 사용 명세를 입증할 영수증 하나 보관하지 않았다. 이런 단체에 해마다 국민의 혈세인 정부 보조금이 수천만 원씩 꼬박꼬박 지급된 것이다.
회원을 8만 명이나 둔 국내 최대 환경운동단체이자 대표적인 시민단체로 자처하는 환경련이 이럴진대 다른 군소 시민단체들은 또 어떨지 궁금하다. 시민단체가 엄정한 도덕적 원칙을 세우고 지켜야만 국민에게 신뢰받는 단체가 될 수 있다.
환경련의 윤준하 공동대표와 안병옥 사무총장이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퇴 의사를 밝혔지만 지도부 퇴진만으로 일단락될 일이 아니다. 신뢰는 잃기는 쉬워도 다시 얻기는 어렵다. 환경련은 비장한 각오로 자정(自淨)에 나서야 한다.
환경련은 ‘국가보안법폐지국민연대’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과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시위를 주도한 ‘광우병대책회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환경련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어떤 일을 하고, 어떤 일을 안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고민이 따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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