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의 인재 분포로 볼 때도 법원 검찰의 시대가 가고 로펌 시대가 달려오는 양상이다. 대법관과 검찰총장을 지낸 사람들도 단독으로 사무실을 내기보다 로펌에 들어가는 추세다. 최근 10∼20년만 해도 로펌 출신 변호사들의 장차관급 등 요직 등용은 손가락으로 꼽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검찰총장 또는 법무장관을 지낸 이종남(세종), 최경원(김&장), 이명재(태평양), 김승규(로고스), 천정배(김&장), 강금실(지평) 씨와 오세훈(지성) 서울시장이 로펌 출신이다. 물론 판검사로 있다가 로펌에 들어간 사람도 많다.
▷로펌 출신이 대법관, 헌법재판관으로 진출하는 사례도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맨 파워 면에서 법원 검찰보다 로펌계(界)가 인재의 집합소라는 게 법조계의 상식이 됐다. 이런 상황에서 우수한 신진 변호사들이 로펌으로 집중되는 현상은 당연하다. 내년 봄에 제대하는 군법무관 94명 중 36명(38%)이 로펌행을 택했다. 그것도 사법연수원 성적 최상위 1∼10등 가운데 무려 8명이 로펌으로 간다. 판사 지망이 45명으로 절반을 밑돈 것은 처음이다. 검사 지망은 단 12명이어서 검찰의 자존심이 상하게 됐다.
▷변호사들의 로펌 러시는 경제적 이유가 크다. 과거엔 판검사 직업 자체가 명예감과 자긍심을 높여 주는 충분한 인센티브로 작용했지만 언제부터인가 이런 장점이 빛을 잃기 시작했다. 격무와 경직된 조직문화, 고소고발 및 소송 관계자들이 주는 스트레스도 원인으로 꼽힌다. 승진의 문마저 좁다. 판사는 임관 성적(사법시험+사법연수원 성적)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출세는 성적순’이다. 이래저래 로펌은 문전성시(門前成市)를 이루고 있다.
육정수 논설위원 soo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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