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美협상 맡을 특사 임명할듯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의 정치적 레토릭을 보면 이상주의자라는 인상을 주지만 긴여정의 선거운동 과정에서 그는 잘 훈련된 정치인이자 성숙한 지도자임을 또한 보여줬다. 오바마 당선인의 외교정책은 부시 대통령의 ‘네오콘(신보수주의)’보다는 아버지 부시 대통령의 신중한 현실주의에 가까울 것이다.
그리고 오바마 당선인이 외교활동에 깊이 있는 경험이 없는 건 사실이지만 인도네시아와 하와이에서 보낸 성장기를 통해 그는 인류사회와 문화의 다양성을 진심으로 공감할 수 있게 됐다. 그는 견해가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열린 마음으로 경청하되 신중히 스스로 결정하는 자기믿음과 지혜를 갖고 있다.
오바마 당선인의 대북정책은 과거의 스테레오타입을 거부할 것이다. 한편으론 그는 부시 대통령보다 더 부드럽겠지만 어떤 면에서는 더 강경할 것이다. 부시 대통령처럼 그 역시 북한을 핵보유국으로서 결코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대북 무력 사용 가능성’과 같은 정제되지 않은 거친 언행은 피할 것이다.
대신 오바마 당선인은 외교가 성공하도록 기회를 줄 것이다. 지난 2년간 부시 대통령은 대북 협상에 완전하게 참여하는 일을 썩 내켜하지 않았다. 오바마 당선인은 정책검토가 신속하게 이뤄지도록 지시하고 대북협상을 맡을 중량감 있는 특사를 임명할 것으로 보인다. 6자회담의 틀을 유지하고 한국 일본과 긴밀히 상의하면서 북-미 양자협상을 승인할 것이다. 이런 일련의 협상이 결실을 보고 북한의 핵 야욕을 완전히 종식시키는 타협을 이뤄낼 수 있다는 확신이 설 경우 그 자신 스스로 평양을 방문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오바마 당선인은 “더 주고 더 받는 방식을 북한에 제안할 수 있다. 부시 대통령 때에 비해 북한과 미국, 6자회담 당사자들이 취할 훨씬 더 세부적이고 구체적인 여러 조치를 내놓을 것이다. 그 목적은 북핵 프로그램 조기 폐기의 합의다.
북한은 오바마 당선인이 부시 대통령보다 더 쉬우리라 생각해선 안 된다. 북한이 오바마 당선인의 접근방식을 거부하거나 미적거리는 반응을 보인다면 오바마 당선인은 부시 대통령이 갖지 못했던 국제사회의 신뢰를 바탕으로 6자회담 참가국 및 국제사회와 함께 북한을 더욱 효과적으로 압박할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능숙한 정치인인 오바마 당선인은 북한에 대해선 순진해빠졌다고 공화당으로부터 비판받을 소지가 있는 일을 피하려고 조심할 것이다. 사실 오바마 팀은 북한이 스스로 핵보유국이라고 공표하고 핵실험까지 강행한 점을 감안하면 그들이 핵무기 야욕을 포기할 만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고 있다.
대북정책을 체계화하고 실행에 옮기기 위해 오바마 당선인은 믿을 만한 북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부터 경험 있는 관료들의 조언도 얻으려 할 것이다.
한미관계, 對北정책 성공의 열쇠
한미관계는 미국이 대북정책에서 성공을 거두기 위한 열쇠다. 오바마 팀은 한미관계와 안보동맹의 중요성을 잘 인식하고 있다. 그들은 이명박 정부와 긴밀히 협력하며 미국에게 북한보다 훨씬 더 중요한 한국의 이익을 결코 훼손하지 않을 것이다. 오바마 당선인은 부시 행정부 때 마무리된 주한미군 재배치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합의를 지지할 것이다.
오바마 정부의 출범은 글로벌 이슈에 대한 한미 간 조정과 협력의 새로운 가능성을 활짝 열어준다. 우방국들을 무시하며 일방주의적 정책을 추구했던 부시 대통령과 달리 오바마 당선인은 전 세계적인 공감과 존경 속에 첫걸음을 내디딘다. 이는 한미 간 국제협력을 더 쉽고 용이하게 해줄 것이다.
한국인들이 안도해야 할 분명한 사실은 미국 새 대통령의 외교정책이 전임자와 같지 않고 다르리라는 점이다. 한국 국민들은 미국과의 동맹을 장기적인 국가 이익을 위해 의무적으로 맺어야만 하는 것이라고 느끼는 대신 한미동맹을 자랑스러운 것이라고 여길 수 있게 될 것이다.
데이비드 스트로브 스탠퍼드대 한국학프로그램 소장·전 미 국무부 한국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