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지난달 2일 남북 군사실무회담에서 (탈북자단체 등의) 대북(對北) 전단 살포가 계속될 경우 “개성공단사업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고 그 후 노동신문 논평원, 남북 군사회담 북측대표단 대변인을 등장시켜 협박의 강도를 높여왔다. 북한은 최근엔 전단 문제를 집중 거론하고 있지만 3월과 9월엔 각각 김하중 통일부 장관과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을 문제 삼았다. 이번 군부 조사단의 개성공단 출동과 ‘판 깨기’ 위협은 거기서 한발 더 나간 ‘무력시위’ 성격을 띤다.
▷북이 어디까지 갈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개성공단은 이미 남북관계의 희생양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북의 처지를 고려하면 최악의 선택이 아닐 수 없다. 현재 개성공단에서는 3만5000여 명의 북한 근로자가 일하고 있다. 이들은 북한에선 초(超)고수입인 55달러의 월급(사회보험료를 포함하면 63달러)을 받는다. 상당액은 당국이 가져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들의 영양상태와 안색이 다른 지역 주민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좋아진 것만은 분명하다. 평균 가족 수를 4명으로만 계산해도 14만 명의 북한 주민이 개성공단 덕분에 먹고산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당선 후 첫 기자회견에서 올해 들어 120만 명의 미국인이 실직했다면서 일자리 창출을 위한 중산층 구제계획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세계 최고 경제대국도 일자리 창출에 매달리는데 식량을 세계에 구걸하는 북한이 저절로 굴러온 3만5000개의 일자리를 없애겠다고 남측에 위협 공세를 편다. 그러면서 북한 노동당은 경제발전과 인민생활 향상에 집중해 김일성 주석의 출생 100돌이 되는 2012년에 물질적 강국을 이루겠다고 한다. 개성공단 깽판극을 벌이면 남북 어느 쪽이 더 답답할까.
방형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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