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석]취임 6개월 맞은 박명진 방송통신심의위원장

  • 입력 2008년 11월 12일 02시 56분


취임 6개월을 맞은 박명진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은 “빠르게 변화하는 미디어 현실에서 방송통신에 대한 효과적 심의를 위해 새로운 트렌드에 대한 연구, 분석, 교육, 홍보기능이 절실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훈구 기자
취임 6개월을 맞은 박명진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은 “빠르게 변화하는 미디어 현실에서 방송통신에 대한 효과적 심의를 위해 새로운 트렌드에 대한 연구, 분석, 교육, 홍보기능이 절실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훈구 기자
“방송-통신 아우르는 새 심의기준 시급”

“방송과 통신의 경계를 아우르는 새로운 심의 기준과 방송의 공정성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게 시급합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5월 출범한 이래 6개월을 맞았다. 10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 방송회관 내 위원장실에서 만난 박명진(61) 위원장은 지난 6개월에 대해 “MBC ‘PD수첩’의 광우병 관련 오역, 웹 사이트의 불법 게시물 등 방송과 통신 분야의 첨예한 이슈가 쏟아지는 가운데 그 하나하나를 원칙에 입각해 심의하면서 새로운 길을 찾아갈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위원회 출범 이후 방송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심의가 잇달았는데요.

“멀티미디어 시대라고 하지만 지상파 방송은 광범위하고도 즉각적인 영향력을 발휘합니다. 지상파가 특정 주장을 일방적으로 쏟아낼 때 사회적 혼란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지상파는 다양한 이념을 가진 국민의 공동재산입니다. 헌법에도 언론자유가 타인의 자유를 침해해선 안 되며, 사회를 교란하지 않는 차원에서 보장돼야 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언론자유를 보호받으려면 최소한의 공정성을 지켜야 합니다.”

방통심의위는 7월 16일 MBC PD수첩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 1, 2편’에 대해 ‘시청자 사과’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이에 앞서 7월 1일에는 포털사이트의 광고주 협박 게시물에 대해 ‘삭제’ 조치를 내렸다.

―PD수첩의 광우병 보도에 대한 심의 기준은 어떤 것이었습니까.

“심의위에는 정치적 입장이 다른 분도 있었고, 여권 추천을 받았다고 해서 의견이 모두 일치되진 않았습니다. 기준은 공정성과 객관성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PD수첩 담당자들은 의견진술에서 ‘방송의 공정성이란 사회적 정의를 실현하고 약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어요. 물론 방송이 특정한 주장을 할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심의 기준은 주장의 내용이 아니라 주장의 방법이고, 쟁점 의견에 대한 균형 감각입니다.”

―국회 업무보고에서 11월까지 방송의 공정성 가이드라인을 보고서로 제출하겠다고 말씀하셨는데요.

“젊은 PD들은 ‘공정성’은 보수적 입장을 대변하는 낡은 것이므로 폐기돼야 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방송의 공정성은 다극화 사회에서 사회통합의 조건입니다. 공정성은 폐기될 것이 아닙니다. 공정성의 기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시급한 때입니다.”

방통심의위는 아직 불안정한 법적 지위로 논란을 낳고 있다. 국정감사장에서 박 위원장은 국회의원들이 질문 도중 방통심의위를 ‘방송통신위원회 산하기관’으로 지칭하자 “방통심의위는 방통위 산하기관이 아니라 법정 민간 독립기구”라고 정정하기도 했다.

―국감에서 방통심의위의 법적 지위에 대한 논란이 제기됐는데요.

“방통심의위를 민간 독립기구로 만든 것은 방송 내용을 심의하는 데 국가가 개입해선 안 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현행법엔 모순이 많습니다. 민간기구인 방통심의위가 심의, 의결한 사안에 대해 국가기구인 방통위가 행정처분을 내리고, 재심권도 갖습니다. 이는 방송 심의에 국가가 개입해 방송의 독립성을 해칠 우려가 있습니다.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옛 방송위원회는 민간위원회인데도 정부가 법에 의해 행정처분권을 부여했습니다. 방통심의위도 이렇게 운영해야 설립 취지에 맞습니다.”

방통심의위는 11일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영국 오프콤(Ofcom)과 프랑스 시청각최고평의회(CSA) 등 6개국 10개 기관의 전문가들이 참여한 가운데 국제 콘퍼런스를 열었다. 방송과 통신에 포함되지 않는 새로운 영역의 콘텐츠 심의 방안에 대한 회의였다.

―출범 후 첫 국제 콘퍼런스인데요.

“프랑스, 영국도 우리의 방통융합 심의 사례에 깊은 관심을 두더군요. 본격 상용화를 앞둔 인터넷TV(IPTV)의 경우 논란이 많습니다. 실시간 서비스는 방송으로 보지만, 주문형비디오(VOD)는 방송으로 봐야 할지 인터넷으로 봐야할지도 이슈가 되고요. 인터넷은 불법성(명예훼손, 타인권리 침해) 여부만 심의하면 되지만, 방송은 심의기준(공정성, 객관성)이 달라지지요. 또한 시위 때 현장 중계했던 ‘아프리카’와 같은 웹 캐스팅, 모바일 프로그램, 선거용 손수제작물(UCC) 등을 어떤 기준으로 심의할지 국제적 공동연구가 필요합니다.”

―인터넷상의 불법 유해정보, 사생활 침해, 명예훼손 등 권리 침해에 대한 심의 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인터넷에 대해서는 신고가 들어올 때만 심의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그러나 인터넷상에서 무엇이 명예훼손인지, 권리 침해인지도 몰라 신고도 못하는 이가 많습니다. 다양한 케이스를 심의하고 축적해야 원인을 처방할 수 있습니다. 개별적 인터넷 심의는 깨진 독에 물 붓기입니다. 불법행위에 대한 사전교육과 홍보를 통해 적극 대처해야 합니다.”

박 위원장은 “현재 위원회는 임시조치로 인터넷상 불법게시물은 30일간 삭제하고, 분쟁조정위를 통해 구제받게 하고 있다”며 “앞으로 법 개정을 추진해 중재조정을 법원의 1심 판결에 준하도록 구속력을 높이는 제도 개선을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박명진 위원장:

△경기여고, 서울대 불어불문과

△프랑스 파리제3대학 누벨소르본대 영상 커뮤니케이션학 박사

△1991년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현)

△1997∼2004년 정보통신부 정보통신정 책 심의위원회 위원

△1998년 방송개혁위원회 위원

△2003∼2004년 제30대 언론학회 회장

△2006∼2008년 서울대 도서관 관장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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