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정성희]다윈 탄생 200년

  • 입력 2008년 11월 17일 02시 49분


“지금까지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다니 얼마나 어리석은가!” 1859년 찰스 다윈의 ‘종(種)의 기원’을 읽은 후 생물학자 T H 헉슬리는 이렇게 토로했다고 한다. 다윈은 지구상의 모든 종이 하나의 조상에서 시작해 오랫동안 진화해 왔다고 주장했다. 살아 있는 피조물은 자연선택의 결과라는 생각은 창조론을 바탕으로 한 세계관을 일거에 뒤엎는 것이었다. 미국 철학자 대니얼 데닛은 “자연선택은 인간이 생각해낼 수 있는 유일한 최고 개념”이라고 말했다.

▷다윈이 진화론에 대한 영감을 얻었던 것은 알려진 대로 1831년부터 영국 해군 측량선 비글호를 타고 항해하면서였다. 비글호를 타고 동태평양 적도 부근 갈라파고스 제도(諸島)를 방문했을 때 그는 방울새(핀치)의 부리가 다양하고 그 섬의 자원을 활용하기에 가장 알맞도록 적응돼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어떤 섬에 사는 핀치의 부리는 단단한 견과를 깰 수 있도록 짧고 강했지만 다른 섬에 사는 핀치의 부리는 틈새에 끼어 있는 먹이를 파먹을 수 있도록 길고 가늘었다. 이는 누구나 관찰할 수 있는 일이지만 다윈의 위대함은 새들이 그렇게 창조된 것이 아니라 자연이 그렇게 만들었다는 생각을 한 점이다.

▷어린 시절의 다윈은 성적이 나빠 의사인 아버지를 어지간히 괴롭혔다. “사냥과 개, 쥐잡기에만 빠져 있으면, 너 자신은 물론이고 집안에 부끄러운 사람이 될 게다.” 그는 공부에는 관심이 없었고 동물만 쫓아다녔다. 아버지의 뜻에 따라 에든버러의과대학에 진학했지만 적성에 안 맞아 법학으로 바꾸었다가 다시 신학을 공부해 목사가 되었다. 하지만 동물에 대한 관심은 그대로였다. 목사가 창조론을 부인하는 진화론을 정립했다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다.

▷2009년은 다윈 탄생 200주년이 되는 해다. 이를 앞두고 ‘진화론의 모든 것’에 관한 특별전시회가 지난주 개장한 국립과천과학관에서 열리고 있다. 다윈이 갈라파고스에서 발견한 것과 같은 종류인 메가테리움(포유류인 나무늘보의 조상) 화석 등 진귀한 전시물이 가득하다. 직접 보면 몸길이 4∼6m의 크기에 압도된다. 모든 생물은 유전자로 이어져 있으며 진화의 마지막 단계인 인간이 얼마나 위대한 존재인지도 깨닫게 된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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