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에서 취재활동을 하는 것이 예전보다 훨씬 무서워졌다. 파키스탄 서북부 페샤와르의 주요 도시는 탈레반이 부분적으로 장악하고 있다. 이달에만 이 지역에서 미국 원조단체 직원이 총에 맞아 죽었고 이란 외교관이 납치됐다.
26년 전부터 파키스탄을 드나들었지만 파키스탄 사람들이 이렇게 우울한 모습인 것을 본 적이 없다. 일부 주민은 군벌들이 국가를 무너뜨릴 것이라고 걱정한다. 서방에 대한 테러 공격이 계획된다면 이곳 파키스탄의 극단주의자들이 저지를 가능성이 매우 높다.
‘혼란으로의 추락’이라는 책을 쓴 아메드 라시드 씨는 “미래가 진짜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미국은 9·11테러 이후 파키스탄에 100억 달러 이상을 쏟아 부었다. 파키스탄 정보부는 이 중 일부를 탈레반에 빼돌린 것으로 추정된다. 산악지대 군벌세력에 대한 미군의 공격은 부족 지도자들이 탈레반에 더 우호적으로 변하게 만들었다.
파키스탄-아프가니스탄 접경의 파슈툰 부족지역에서 주민들은 무모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날아가는 미군 항공기를 항해 돌을 던지고 있다.
과거에 갇혀 있는 아시프 알리 자르다리 파키스탄 대통령은 탈레반 정부에나 어울릴 만한 두 사람을 장관 자리에 앉혔다.
이스라르 울라 제리 체신장관은 연애결혼을 하려 한 소녀를 산 채로 매장한 사건에 대해 전통이라며 옹호했다. 미르 하자르 칸 비자라니 교육장관도 적대 부족과의 불화를 해소하기 위해 2∼5세의 어린 소녀 5명을 강제로 시집보낸 혐의를 받은 적이 있다.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에서 발생하는 재앙을 해결하기는 쉽지 않지만 적어도 이 지역이 ‘제2의 소말리아’로 전락하는 것을 막을 수단은 있다.
첫째, 미국은 파키스탄 정부와 군부로 들어가는 자금 흐름의 속도를 늦춰야 한다. 미국 정부가 파키스탄의 탈레반화를 막고 싶다면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돈이 아니라 탈레반 세력을 근절하겠다는 정치적 의지일 것이다.
둘째, 미국은 파키스탄의 농산품과 공산품에 대한 관세를 낮춰 경제를 활성화하고 일자리를 제공해야 한다. 미국은 또한 파키스탄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중국이 계획한 수출지역 설립을 도와야 한다.
셋째, 미국은 파키스탄과 인도의 분쟁지역인 카슈미르의 평화협상에 좀 더 주력해야 한다. 카슈미르의 비애가 파키스탄 군벌에 힘을 실어주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파키스탄이 이처럼 엉망이 된 것은 파키스탄 국민의 절반이 문맹이라는 사실과 관련이 있다. 따라서 미국은 파키스탄의 교육문제에 관심을 둬야 한다.
얼마 전 캘리포니아에 본부를 둔 구호단체 DIL이 파키스탄에 설립한 학교를 방문한 적이 있다. 이 단체는 농촌 지역을 중심으로 학교 150개를 운영하고 있는데 대부분 파키스탄 출신 미국인에게서 재정 지원을 받는다.
이 단체는 초등학교만 운영하려 했으나 졸업을 앞둔 11세 소녀들이 중고교 교육을 받도록 도와주지 않으면 단식투쟁을 하겠다고 버텨 결국 손을 들고 말았다. 몇몇 소녀는 의사가 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오바마 당선인은 첫 해외 순방지로 파키스탄을 선택해야 한다. DIL이 운영하는 학교를 방문해 이 나라 지배계층과 군부에 파키스탄의 최대 적(敵)은 인도가 아니라 문맹이라는 점을 일깨워줘야 한다.
니컬러스 크리스토프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