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육정수]n분의 1 성과급

  • 입력 2008년 11월 26일 03시 02분


올해 교사들에게 돌아간 총 1조800억 원의 성과급 지급 방식이 학교마다 제각각이다. X학교는 이 학교 근무 연차에 따라 A∼C등급을 돌아가며 매기는 순환등급제를 적용했다. 같은 연차일 경우 호봉을 기준으로, 호봉도 같으면 생년월일순으로 등급을 줬다. 성과급을 지급하고 난 뒤에는 약 80%의 교사가 성과급을 모두 내놓아 다시 n분의 1로 균등하게 나눴다. Y학교는 이 학교에 전입한 순서로 등급을 매기고 약 90%의 교사가 균등분배에 참여했다.

▷전교조는 지부별로 성과급의 일부를 기금으로 갹출해 투쟁성 캠페인도 벌인다. 광주지부는 교육 양극화를 막기 위한 장학재단 설립에 1인당 5만 원씩, 부산지부는 사회적 약자를 위한 기금 마련에 5만∼10만 원씩 내기로 했다. 인천과 경북지부는 본인이 원하는 사용처에 10만 원씩, 경남 전남 충남북은 각종 투쟁기금 조성에 2만∼10만 원씩을 낸다. 전교조 측은 “차등 성과급 제도의 잘못된 발상을 바로잡기 위한 교사들의 의지의 표현이며 마지막 자존심”이라고 주장한다.

▷교사들에 대한 차등 성과급 제도는 2002년 도입되어 올해로 7년째다. 그러나 전교조 교사들의 조직적 반발 때문에 제도의 뜻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 교사들의 건전한 경쟁을 통해 교육의 질을 높여보겠다는 취지는 오간 데 없고 교단의 갈등만 키우고 있는 실정이다. 교장들조차 교사들의 기상천외한 등급평가 방식 요구를 마지못해 수용하는 형편이다. 지난해 일부 지역 사립학교 교장 교감들도 일률적으로 B등급을 받았으니 전교조만 나무랄 일도 아니다.

▷일선 학교가 자율적으로 성과급 기준을 마련토록 한 교육과학기술부의 책임이 크다. 수업시간 수, 학생상담 실적, 담임 여부 같은 30여 개 항목의 평가기준을 제시했지만 학교 현장에선 먹혀들지 않고 있다. 시도교육청은 감독은커녕 수수방관하다시피 한다. 전교조는 “성과급 차등 지급은 교원평가제로 이어질 것”이라며 한때 반납운동을 벌이다가 이젠 똑같이 나누는 투쟁을 주도하고 있다. n분의 1은 회식비를 추렴할 때나 쓰는 방식이다. 이럴 바에야 성과급을 모두 회수하는 것이 낫다. 교단의 경쟁력 강화 없이 교육의 질 향상은 어렵다.

육정수 논설위원 soo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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