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수출 애국자들에게 박수 보낸다

  • 입력 2008년 12월 3일 02시 58분


“라마단(이슬람교 금식의 달) 때문에 자정이 지나서야 일을 시작하고 테러를 당할까 두려워 콧수염을 길러 무슬림 행세를 했다. 피라미드에 에어컨을 내다 파는 마케팅도 구상했다.”

올 초 삼성전자 K 부장은 20년간 수출 현장에서 겪었던 애환을 적은 e메일을 동료들에게 보냈다. 1960년대 초 가발이나 수출하던 나라가 40년 만에 세계 11위 무역 강국이 된 데는 중동의 사막과 아프리카 오지에서 땀 흘린 K 부장 같은 수출전사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1948년 우리의 무역 규모는 3000만 달러로 아프리카 카메룬의 절반, 세계 100위권이었다. 그러던 것이 1967년 10억 달러, 74년 100억 달러, 88년 1000억 달러, 2007년 7000억 달러를 넘었으며 올해 8000억 달러(수출 4000억 달러)를 바라본다. 수출 10위권 나라들이 1000억 달러에서 4000억 달러까지 걸리는 기간은 평균 17.2년이지만 우리는 13년 만에 해냈다.

선박 자동차 반도체 등 중화학 제품과 다양한 해외시장 개척이 효자 노릇을 했지만 강소(强小)기업들도 큰 몫을 했다. 2일 ‘무역의 날’에는 자동차 사이드 미러용 전열 히터의 세계시장 점유율이 무려 60%에 이르는 ‘썬텍’, 항공기 기내(機內) 개인휴대정보기(PDA)를 아메리칸항공과 델타항공에 납품해 일본 경쟁업체를 제친 ‘아이티웰’ 등 강소기업들이 수출탑을 받았다. 이들이 바로 애국자다. 정치인들과 정부는 이 애국자들이 더 잘 뛰도록 법제도와 정책으로 도와줘야 할 텐데 오히려 규제와 간섭으로 뒷덜미를 잡기 일쑤다.

강소기업은 위기에 특히 강하다. 세계 수출시장의 20.5%를 차지해 웬만한 위기에도 끄떡없는 독일 경제의 저력도 ‘세계 1위 품목 866개’에서 나온다.

대외 의존도 70%의 우리 경제는 수출에 목을 걸고 있다. 그런데 세계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지난달 수출액이 7년 만에 최대 폭으로 감소했다. 최대 교역국인 중국에 대한 수출은 무려 27.8%나 줄었다.

창의와 경쟁을 무기로 해외로 뻗어나간 기업가 정신과 돈 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어디에든 내다 팔았던 무역역군들이 정부와 힘을 합해 이 위기를 탈출해야 한다. 수출 애국자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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