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 오바마 차기정부 국무장관으로 지명된 힐러리가 8년간 퍼스트레이디로서 많은 나라를 돌며 지도자들과 교분을 맺은 것은 미국의 중요한 자산이다. 하루는 영국 다이애나비의 장례식에 참석했다가 다음 날에는 인도 테레사 수녀의 장례식에 참석하는 숨 가쁜 일정을 소화해 낸 그다. 하지만 그가 방문한 나라의 수는 큰 의미가 없다. 미국과 세계의 평화를 위해 외교를 얼마나 매끄럽게 수행했느냐가 핵심일 것이다.
▷힐러리는 다른 퍼스트레이디와 달리 남편을 두고 혼자 해외순방을 한 적이 많았다. 1995년 중국 베이징 세계여성대회도 그런 자리였다. 그는 “여권(女權)은 인권과 분리될 수 없고 인권의 부속물도 아니다”고 연설해 중국 정부를 난처하게 만들었다. 뉴욕타임스는 이 사건을 “힐러리의 공적 생활에서 최고의 순간”이라고 평가했다. 힐러리의 해외순방은 퍼스트레이디 자격이 아니라 특사 자격으로 이루어진 경우도 많았다. 데이턴 평화협정의 중요성을 보여 주기 위한 크로아티아-헤르체고비나 방문도 특사 자격이었다.
▷“내가 퍼스트레이디 시절 배운 가장 중요한 교훈은 외교정책이 지도자들 사이의 인간관계에 크게 좌우된다는 것이다. 이념이 대립하는 나라끼리도 지도자들이 서로 알고 신뢰하면 쉽게 합의에 이를 수 있고, 동맹관계도 맺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외교에 성공하려면 당사자들이 끊임없이 친밀하게 비공식적 대화를 나누어야 한다.” 힐러리가 자서전에서 밝힌 외교철학이다. 힐러리의 외교철학이 이란과 북한의 핵개발 저지나 테러와의 전쟁 같은 실전무대에서 어떻게 발휘될지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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