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자. 힌두 민족주의 계열의 인도인 10명이 보트를 타고 파키스탄에 은밀히 입국해 카라치의 호텔 두 곳과 기차역을 급습했다고 가정해 보자. 이들이 무차별적으로 총을 난사해 최소 173명이 사망했다면, 그리고 희생자들이 수니파 무슬림이라는 이유 때문에 테러의 대상이 됐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졌을까. 아마 전 세계 무슬림들은 거리로 뛰쳐나와 규탄 시위를 벌였을 것이다.
인도는 생포된 테러범에 대한 조사를 통해 테러범 10여 명이 모두 파키스탄 카라치에서 왔으며, 적어도 1명은 파키스탄 국적이라고 밝혔다.
물론 아직까지 파키스탄 정부 및 정보 당국과 테러리스트들의 연관성은 밝혀지지 않았다. 파키스탄 국민들도 이번 사태에 대한 우려와 안타까움, 그리고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제적으로 명성이 있는 파키스탄의 여류 작가 아티야 다우드는 “파키스탄-인도 관계가 이번 사태로 악화될까 우려스럽다”며 “우리는 인도의 형제자매들과 슬픔을 함께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나는 더 많은 것을 기대하고 싶다. 단 한 번이라도 ‘보통 파키스탄인’들이 거리에 나와 뭄바이 테러에 대한 대규모 규탄 시위를 하는 것은 어떨까. 이는 인도를 위해서가 아니라, 바로 파키스탄 스스로를 위해서 필요한 일이다.
테러에 대한 최고의 방어는 바로 그 같은 일을 꿈조차 꾸지 못하게 하고, 테러 지원자들이 아예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가장 효과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은 살인자들을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사회적으로 매장하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가장 중요한 점은 대의를 위해 행동한다는 테러범들의 망상을 철저히 깨뜨리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이 태어나고 자란 지역 사람들이 모두 나서서 한목소리로 “더는 안 된다. 무고한 민간인을 살해하는 것은 바로 너 자신과 우리에게 커다란 부끄러움을 안겨줬다”고 선언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얼마 전 한 무슬림 여성 친구가 “이번 사태는 일부 가톨릭 신부들이 어린이 성추문을 일으켰을 때 가톨릭 신자들의 반응과 비교된다”며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보내왔다.
“당시 가톨릭 신자들이 교회를 강력하게 비판했던 것은 가톨릭 신자가 아닌 사람들에게 ‘이 같은 스캔들은 가톨릭 전체를 대표하지 않는다’는 식의 자기 방어적 메시지를 전하려는 것도, 자신들이 반(反)가톨릭이라는 점을 증명하기 위해서도 아니었다. 이들이 진정으로 원했던 것은 바로 교회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해 이 문제를 가톨릭 안에서 개선하는 것이었다.”
우리는 덴마크 신문의 마호메트 풍자 만화를 계기로 파키스탄인과 다른 무슬림들이 단합된 모습으로 어떻게 자신들의 의사를 표출했는지 지켜본 바 있다. 바로 이번 뭄바이 사태를 계기로 우리는 그런 모습을 다시 한 번 보고 싶다.
선한 파키스탄인, 그리고 원로들이 한목소리로 강력하게 이번 테러를 규탄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뭄바이 테러와 같은 일이 또다시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토머스 프리드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