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같은 면책이 앞으로 금융감독원의 은행 대출 감독에 적용된다면 신용경색을 푸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공무원 사회의 해묵은 복지부동 관행이 하루아침에 일소되지는 않겠지만 책임회피로 위기가 증폭되는 악순환을 막을 최소한의 방책은 되는 셈이다.
부실 건설업체의 구조조정이 두 달 가까이 표류했지만 주무부처인 금융위원회와 국토해양부 당국자들은 좀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공직사회는 이제라도 면책의 의미를 깊이 새겨 위기극복을 위해 헌신해야 한다.
1960, 70년대 경제개발계획을 입안하고 실행했던 당시 관료들은 조국 근대화의 일념으로 박봉에도 며칠 밤을 꼬박 새우는 격무를 마다하지 않았다. 그런 식의 관치경제가 오늘날 통용되기는 어렵겠지만 지금 공무원들은 적어도 선배 세대의 국가와 국민을 위한 열정을 배울 필요가 있다.
물론 공무원도 할 말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특히 외환은행 헐값 매각 논란에 휩싸여 2년 넘게 검찰에 불려 다닌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국장의 사례는 경제 관료들을 냉소주의와 무사안일 풍조에 빠뜨린 측면이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국가공동체의 현안을 치열하게 고민하면서 최적의 대안을 찾아내 실행하는 것은 공직자에게 주어진 의무이자 권리다. 공직자에게 막강한 권한을 부여하고 법률로 신분을 보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다수 공무원이 보신(保身)에만 신경 쓰는 존재로 전락한다면 나라의 미래는 어두워진다. 감사원은 엄정한 감사를 통해 비리를 적발하는 것 못지않게 소신껏 일한 공무원을 보호하는 데도 좀 더 신경을 써야 한다. 흙탕물이 튀는 것을 마다하지 않고 궂은일을 하는 공무원에 대해선 다양한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