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질문은 최근 월가에서 벌어진 버나드 매도프의 금융사기 사건을 염두에 두고 하는 말 같았다. 좀 더 포괄적으로 말하면 그동안 홍콩 금융가가 우러러봤던 월가의 총체적 문제에 대한 물음이기도 했다. 그들은 베어스턴스, 리먼브러더스 등 선망의 금융회사가 어떻게 그리 쉽게 무너졌는지 어리둥절해한다.
홍콩의 한 금융인은 그가 몸담아 온 미국의 투자사가 지난 10년 동안 아시아 금융회사의 고질병을 고치고 구조조정하는 데 기여해 왔다고 말했다. 처방전은 고객 중심의 미국식 경영 규칙과 철저한 리스크 관리 수칙 등이었다. 하지만 자신의 병도 고치지 못하는 아픈 의사가 어떻게 다른 환자를 고칠 수 있느냐며 난감해했다.
월가를 뒤흔든 금융사기에 대해 나는 일말의 동정심도 느끼지 않는다. 그러나 이런 사기는 지금까지 합법적으로 이뤄져 온 월가의 탐욕과 방만한 경영, 그리고 이들에게 우수한 신용 등급을 남발해 온 신용 평가사들이 공동으로 만들어 온 총체적 사기보다 약간 더 경악스러울 뿐이다.
나는 (현재 방문 중인) 중국에서 미국의 은행권 위기를 지켜보며 착잡함과 놀라움을 크게 느끼고 있다. 놀라움을 느끼는 이유는 미국과 중국은 각기 다른 나라지만 하나의 (금융) 시스템으로 통합되는 듯한 모습 때문이다.
미국의 대규모 은행 구제금융 정책을 지켜보면 요즘 중국과 미국은 큰 차이를 발견하기 어려운 것 같다. 중국에 국영은행과 프라이빗은행이 존재하듯 이제 미국도 큰 국영은행과 프라이빗은행이 나란히 존재한다. 중국의 국영산업과 민간산업이 나란히 존재하듯 미국에서도 곧 워싱턴의 구제 금융을 통해 국영산업과 민간산업이 함께 존재할 것이라고 얘기할 수 있다. 약간의 과장이 섞여 있다 해도 중요한 점은 두 국가 간의 (경제) 차이가 희미해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중국과 미국이 그동안 밟아 온 역사적 경로는 매우 다르다.
1970년대 문화혁명의 악몽을 딛고 덩샤오핑을 통해 시장경제 체제로 전환한 중국에 있어서 자본주의는 일종의 ‘구원’ 역할을 했다.
반면 공산주의의 멸망은 미국을 다소 불안정하게 만들어 놨다. 경쟁자가 있으면 스스로를 더욱 단련하기 마련이지만 과거 미국의 이데올로기적 경쟁자였던 베이징과 모스크바는 이제 존재하지 않는다. 미국식 자본주의를 견제하는 공산주의에 대해 우려할 필요가 없게 된 것이다.
결국 미국의 투자은행과 헤지펀드는 제대로 된 리스크 관리 없이 탐욕과 방만 경영을 일삼았고 책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스코틀랜드 로열은행의 벤 심프펜도퍼 중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공산주의의 몰락은 중국을 중심부로 옮겨놨지만 미국을 극단으로 내몰았다”고 말한다.
매도프 사기 스캔들은 월가에 전 방위적으로 퍼진 금융윤리 붕괴 현상이라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수 있다. 금융 구제뿐 아니라 ‘윤리 구제(ethical bailout)’가 절실한 이유다. 미국은 시장과 도덕성 그리고 균형감을 다시 확립해 나가야 한다. (이익을 좇는) 자본주의 시장의 ‘야성적 충동’을 파괴하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그에 잡아먹히는 것은 더욱 원치 않기 때문이다.
토머스 프리드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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