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망나니 국회…망치 들고 싶은 건 국민이다

  • 입력 2008년 12월 19일 03시 00분


민주당의 상임위원회 활동 전면 보이콧으로 나흘째 공전하던 국회가 결국 망치소리에 무너지고 말았다. 어제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회의장 앞은 극소수 불법·폭력 세력이 쇠파이프와 쇠구슬총으로 법과 질서를 유린하던 촛불시위 현장을 빼닮았다. 쇠파이프와 쇠구슬총 대신 공사장용 망치와 끌, 전기톱이 동원된 게 다를 뿐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 상정을 막기 위해 회의실 문을 뜯어내는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의원들은 밧줄로 경찰차를 끌어내던 불법시위 주동자들과 다를 게 없었다.

박진 외통위 위원장이 질서유지권을 발동해 한미 FTA 비준안 상정을 마치자 두 야당 의원들은 “너희들끼리 잘해 먹으라”며 한나라당 의원들의 명패를 부수고, 발로 짓밟았다. 대화와 법치의 의회민주주의는 간 데 없고 증오와 저주(咀呪)만 가득한 최악의 국회였다.

우리가 먼저 한미 FTA를 비준하는 게 국익에 부합하느냐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런 망나니짓을 할 자격이 없다. 민주당의 전신인 열린우리당 정권이 한미 FTA 협상 및 체결 당사자였다. 17대 국회 마지막 회기이던 올 2월엔 민주노동당이 반대하자 회의장을 옮겨가며 비준안을 상정하기까지 했다.

지난 대선과 총선 때 이명박 후보와 한나라당은 핵심공약으로 “경제를 살리기 위해 한미 FTA를 매듭짓겠다”고 다짐했고, 유권자들은 이명박 다수당 정권을 만들어주었다. 민주당이 집권했더라도 한미 FTA 비준동의 문제를 국회에서 진지하게 논의해야 마땅하다.

민주당과 민노당은 한미 FTA 직권 상정을 ‘의회민주주의 유린’이니 ‘국민에 대한 전쟁선포’니 하며 상투적인 덮어씌우기를 하지만 이는 적반하장이다. 망치와 전기톱으로 선거 민의(民意)를 깔아뭉개려는 두 당의 국회 내 폭력이야말로 의회민주주의 유린이며 국민에 대한 선전포고다. 두 당은 장외투쟁까지 선언했다. 제발 길거리에 나가 성난 민심(民心)과 마주하기를 권한다. 많은 국민이야말로 이들에게 망치를 들고 싶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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