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방형남]음식 再사용

  • 입력 2008년 12월 22일 02시 58분


정부가 소비자보호단체 음식점단체와 손잡고 ‘남은 음식 재(再)사용 안하기 운동’을 시작했다. 보건복지가족부가 주최한 행사에서 참석자들은 ‘먹을 만큼만 음식을 제공하고 남은 음식은 재사용하지 않는다’ ‘먹을 만큼의 음식을 주문해 남김없이 먹는 것을 생활화한다’ ‘남은 음식을 재사용하지 않는 업소를 이용하고 널리 알린다’고 다짐했다. 훌륭한 캠페인을 한다는 생각보다는 음식 재사용이 얼마나 심각하기에 정부가 나섰을까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식당에서 남은 음식과 반찬을 재사용한다는 의혹은 최근 계속해서 제기됐다. 8월과 9월 TV 방송들이 음식점의 남은 음식 재사용과 비위생적인 취급 실태를 고발하는 프로그램을 여러 차례 방영했다. 방송 3사는 특히 ‘소비자만 모른다! 음식 재탕’(KBS), ‘재탕 삼탕까지? 음식점 잔반 재활용 논란’(MBC), ‘충격! 잔반처리 논란’(SBS)이라는 제목으로 남은 음식 재사용 실태를 집중적으로 다뤘다. 복지부는 음식 재사용 안하기 운동을 시작하면서도 방송보도만 언급하고 자체 실태조사는 하지 않았다.

▷일부 한정식집과 가정식 백반 음식점에서는 김치를 비롯한 반찬을 그대로 다른 손님에게 제공하고 찌개와 조림 같은 주 요리도 남으면 데워서 재사용한다고 한다. 횟집에서는 장식용 무채를 세척해 다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다른 사람이 먹다 남긴 음식을 다시 제공하는 행위는 소비자의 기분을 찝찝하게 할뿐더러 건강까지 위협한다. 식중독에 걸리거나 침을 매개로 전파되는 급성 A형 간염에 감염될 수도 있다. 상도의가 참으로 땅에 떨어졌다.

▷KBS의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이 무작위 선정한 식당 20곳 가운데 16곳이 남은 음식을 재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복지부는 식품위생법을 고쳐 손님에게 제공했던 음식물을 다른 고객에게 제공하다 세 번째 적발되면 식당을 폐쇄하기로 했다지만 처벌 위협만으로 반찬 재사용이 그칠 성싶지 않다. 주문식단제와 위생식단제도 흐지부지된 전례가 있다. 손님이 필요한 만큼 반찬을 스스로 집어가도록 하고 있는 식당을 따라 배우면 좋을 것이다. ‘남은 음식 재사용’을 걱정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 가뜩이나 불경기에 식당 손님이 더욱 줄어들 것이다.

방형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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