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황유성 독자서비스센터장》
‘쌀 직불금 명단’ 검증없는 일부언론 보도 부적절
―제도적 문제도 크지만 정치권은 한심합니다.
▽정성진 위원장=쌀 직불금은 추곡수매제 폐지에 따른 농업인의 손실을 보전해 주자는 좋은 뜻에서 도입됐지만, 제도 자체의 허점과 실제 운영의 부실이 드러났습니다. 국정조사는 부당수령자 적발과 제도의 개선을 목표로 한 것이었는데, 정치적 공방으로 흐르면서 본래 취지는 뒷전으로 밀리고 국민의 의혹과 불신만 남겼습니다.
▽윤영철 위원=농업인이 받아야 할 직불금을 사회지도층 인사나 기득권자가 받았으니 도덕적 해이의 문제가 제기되는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정치권의 당리당략에 따른 수령자 명단 공개가 분노의 정치를 부추기면서 합리적으로 논의돼야 할 사안이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흐르고 말았습니다.
▽황도수 위원=제도적 측면에서 처벌이나 단속책임 규정이 없어 졸속입법이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습니다. 징벌적 부담이 큰 세금과 달리 기금으로 운영되는 직불금은 적발되더라도 물어내기만 하면 되니 손해가 없는 셈입니다. 운영 측면에서도 허위신청의 발견 확인 시정 등 공정성 확보를 위한 장치가 전혀 마련되지 않아 현지조사를 맡은 읍·면장과 등록증을 교부하는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공범 역할을 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정치권의 명단 공개를 어떻게 봐야 할까요.
▽윤 위원=당리당략으로 접근할 문제가 아닌데도 “누가 받았느냐”식의 희생양 찾기에 매달리는 느낌입니다. 문제를 찾아내 고쳐 나가고 책임질 부분을 확인하는 일이 정작 급한데도 수령자 명단이 정치권의 타깃이 되면서 사실관계 검증 없이 명단을 발표하고 여론몰이식 인민재판에 들어가는 분위기를 보였습니다.
▽황 위원=명단 공개 자체의 문제는 있지만, 헌법이 경자유전(耕者有田) 원칙과 소작제도 금지를 선언하고 있는데도 부재지주가 농지를 소유하고 버티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부재지주의 직불금 부당 수령 문제는 “걸리면 토해내고 안 걸리면 먹는다”는 식의 그릇된 사회의식 때문입니다. 농지법이 부재지주 신고포상금을 단돈 10만 원으로 하고 있는 것도 현실과 맞지 않습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높은 신분에 따르는 도덕적 의무)가 거론되고 천민자본주의를 비판하는 소리가 자꾸 나오는 현상에 대해 사회 전체가 반성하고 책임져야 합니다.
―명단 공개에 따른 명예훼손 우려를 짚어 주시죠.
▽윤 위원=부당 수령 여부와 상관없이 무차별적으로 명단이 공개된다면 명예훼손의 우려가 큽니다. 특히 쌀 직불금을 수령했거나 수령 의혹이 있는 명단이 인터넷을 통해 순식간에 확산될 경우 확인조차 할 수 없는 비난이 쏟아져 나오면서 개인의 명예는 회복 불가능한 수준으로 훼손될 수 있습니다.
▽황 위원=쌀 직불금 부당 수령자는 공정한 절차를 거쳐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밝힌 다음 명단을 공개하고 위법성의 정도에 따라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법적 책임은 없이 사회적 비난으로 책임을 묻게 되는 방식도 국민적 불만의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당연히 명예훼손 문제도 제기되고요.
▽정 위원장=명단이 공개된 일부 의원은 나름의 해명을 했으니 문제가 끝난 것으로 인식하는데, 국민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습니다. 쌀 직불금 파동의 계기를 제공한 이봉화 전 보건복지가족부 차관도 사표를 내는 것으로 끝내는 듯한 분위기를 보이는데, 공인의 책임이 이 정도로 망각될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희생양을 하나 만들어 놓고 유야무야 넘어가는 행태를 언론이 지적해야 합니다.
―언론 보도에는 문제가 없었습니까.
▽윤 위원=공직자와 관련한 문제는 국민의 관심이 크기 마련이니 마땅히 보도해야 하겠지요. 언론이 반론권 차원의 당사자들의 해명을 덧붙인다고 해서 면책된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사실 확인을 위한 검증 노력을 꾸준히 기울여 과연 근거가 있고 진실한 것인지 끝까지 취재해야 합니다.
▽정 위원장=정치권이 공개하는 수령자 명단이나 당리당략적인 주장을 단발적인 이야깃거리로 보도하는 수준에 그쳐서는 곤란합니다. 제도의 허점을 보완 개선하고 운영의 공공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심층 분석하고 집중 보도하는 가치지향적 노력이 요구됩니다.
정리=김종하 기자 1101ha@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