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은 배심원 개개인의 성장배경과 가정환경, 인생역정이 평결에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되는지를 조명했다. 배심원들은 며느리가 겪은 상처와 고통에 자신의 경험과 감정을 부지불식간에 이입시켰다. 연극에서는 감정이입이 극적 흥미를 돋우는 요소이지만 실제 재판에서는 객관적으로 증거와 정상(情狀)을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존속(어머니)살해 혐의로 구속 기소된 20대가 어제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사흘간의 참여재판 끝에 배심원 6 대 3의 평결로 무죄판결을 받았다. ‘랜덤 피플’에 못지않은 치열한 평결 과정을 거쳤을 듯싶다.
▷국민 참여재판 제도가 연말로 1주년을 맞는다.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을 입법하는 과정에서 헌법상의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법관의 자격이 없는 사람이 재판 과정에 참여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잘만 운용하면 ‘법관에 의한 재판’ 정신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사법부에 대한 신뢰회복을 꾀할 수 있을 것이다. 배심원단의 양형에 관한 의견을 재판부는 참고하지만 판결은 독립적으로 내린다.
▷시범운영 중인 이 제도는 아직도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 현재는 피고인이 원하고 법원이 받아들여야 참여재판이 가능하다. 올 한 해 223건이 신청돼 이 중 60건만이 참여재판으로 진행됐을 뿐이다. 주로 살인과 강도상해, 성범죄 등 흉악범죄에 국한됐다. 88.1%의 사건에서 재판부와 배심원의 판단이 일치했는데도 1심 판결에 대한 불복 항소율은 88.5%나 됐다. 참여재판에 투입하는 인원과 정성, 시간, 비용에 비해 효과가 아직 크지 않음을 보여준다.
육정수 논설위원 soo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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