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방형남]아프간 조사단

  • 입력 2009년 1월 2일 02시 59분


지난해 5월 일본 오키나와에서 만난 미국 해병대의 한 영관장교는 “미군에 아프가니스탄은 지옥과 같은 곳”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이라크와 아프간에 출동한 경험이 있는 그는 “이라크 주둔 미군은 최신무기를 비롯한 장비와 예산을 풍족하게 지원받지만 아프간 미군은 첨단무기를 제대로 공급받지 못해 악전고투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워싱턴의 관심이 이라크에 기울어져 있어 당분간은 아프간 미군의 고통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인은 취임하면 대(對)테러전쟁의 중심축을 이라크에서 아프간으로 옮기겠다고 공언했지만 아프간은 여전히 위험한 전쟁터다. AP통신은 지난해 이라크에서 미군 314명이 전사해 전년의 3분의 1로 급감한 반면 아프간에서는 151명의 전사자가 발생해 전년보다 35%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탈레반이 세력을 회복해 국토의 72%에 영구 거점을 확보했다는 한 다국적 민간연구소의 보고서도 나왔다.

▷정부가 아프간에 곧 조사단을 보낸다고 한다. 오바마 정부가 한국에 아프간 파병을 요청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이어서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그제 “테러와의 전쟁에 있어서 가장 어려운 상황에 있는 이라크와 아프간의 국가재건을 지원하는 것은 하나의 의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지원이라는 말에 ‘파병’이 포함된다고 확대 해석할 필요는 없지만 정부에 철저한 현지 상황 파악만은 당부하고 싶다. 그 뒤에 지원 여부를 결정해도 늦지 않다.

▷아프간 전쟁은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주도하고 있다. 현재 41개국이 아프간에서 활동 중인 국제안보지원군(ISAF)에 군대를 보냈지만 대부분의 병력을 NATO 회원국인 미국(1만9950명) 영국(8745명) 독일(3600명) 프랑스(2785명) 캐나다(2750명) 이탈리아(2350명)가 지원했다. 비(非)NATO 회원국 가운데는 1090명을 보낸 호주를 제외하면 대부분 수십 명을 파병하는 데 그쳤다. 한국은 NATO 회원국도 아니고 아프간과 특별한 관계도 없다. 미국과의 동맹관계가 걸리기는 하지만 미국이나 NATO 회원국에 비하면 아프간은 우리에게 여전히 먼 나라다.

방형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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