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예산 早期집행, 말보다 공무원들이 발로 뛰어야

  • 입력 2009년 1월 12일 02시 58분


정부는 기업의 ‘돈 가뭄’을 줄여주기 위해 올해 예산에 책정된 사업비의 60%를 상반기에 풀고, 중소기업에 공급하는 50조 원의 신규자금 중 60% 이상을 상반기에 집행할 계획이다.

세계 실물경제가 당초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얼어붙으면서 올 상반기, 특히 1분기(1∼3월)에 기업 자금난이 극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일부 건실한 기업의 ‘흑자 도산’ 우려마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여당은 사회간접자본(SOC) 공사비가 하도급 업체에 제때 지급되는지를 함께 점검하겠다고 강조하지만 기업들은 반신반의(半信半疑)하고 있다. 과거에도 상반기 재정지출을 늘린다는 발표는 여러 차례 있었지만 실제 집행은 하반기로 미뤄진 사례가 많다. 발주 준비에서 설계, 계약, 자금 집행에 시간이 많이 걸렸기 때문이다. 돈이 발주처까지 가더라도 실제로 공사를 하는 기업에 늦게 도달하면 재정 조기집행의 효과는 반감된다.

정책과 현장이 따로 노는 데는 통계의 시차(時差)도 크게 작용한다. 올해처럼 예산 조기집행을 강조한 2006년과 2007년에 정부는 전체 예산의 52%와 55.7%를 상반기에 풀기로 하고 실제로 53.5%와 56%를 집행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예산집행 진도율(進度率)을 산정하는 시점은 국고(國庫)에서 돈이 나가는 시점이었다. 정부가 아무리 조기집행을 강조해도 국고 시점으로만 판단하면 경제현장에서 ‘돈이 돌지 않는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정부, 지방자치단체, 산하 단체, 공사 원(原)도급 업체, 공사 하도급 업체로 이어지는 ‘다단계 정부사업’일수록 이런 현상은 더 심하다.

재정 조기집행이 효과를 내려면 행정부나 공기업, 금융기관에 돈이 머물지 않고 실제로 기업에 빨리 흘러가도록 관련 절차를 과감하게 손질할 필요가 있다. 집행 과정에서 자금 낭비나 도덕적 해이는 경계해야 하지만 지금은 형식적 관료주의나 보신(保身)주의가 발목을 잡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 기획재정부 지식경제부 중소기업청의 고위 당국자들도 말로만 조기 재정집행을 외치며 ‘사진이나 찍는 회의’로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현장 확인과 채근을 통해 기업들이 예산 조기집행을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비상(非常)한 경기 추락의 충격을 줄일 수 있도록 모두 발로 뛰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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