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며칠 전 MBC 기자가 전화를 걸어와 물었다.
“보고서를 봤는데 신문과 방송의 겸영에 대한 내용이 없다.”(MBC 기자)
“무슨 말이냐. 보고서를 읽어 봤느냐.”
“프랑스어를 못 읽는다.”(MBC 기자)
“그런데 어떻게 그런 소리를 하느냐.”
“프랑스어를 아는 누가 그렇게 알려 왔다.”(MBC 기자)
“소유 집중(concentration·콩상트라시옹)을 거론한 부분이 있다. 찾아봐라.”
잠시 후 다시 전화가 왔다.
“그래도 못 찾겠다. 가르쳐 달라.”(MBC 기자)
“concentration이라고 말해줬는데도 못 찾으면 어쩌자는 거냐.”
결국 기자는 프랑스어를 모르는 MBC 기자에게 concentration이 프랑스에서는 신문과 방송 겸영을 포함한 미디어 통합을 의미하고, 보고서 어디쯤 나온다고 일러 줬다.
이 보고서는 ‘소유 집중’을 다룬 부분에서 ‘거대한 멀티미디어 그룹의 구성(la constitution de grands multim´edias)’ ‘강력한 언론그룹의 구성(la constitution de groupes de presse puissants)’ 등을 거론하고 반(反)소유집중 규정의 완화와 명확한 해석을 통해 그 장애를 제거하라고 권고했다.
그러나 MBC는 보고서를 아무리 찾아도 그런 내용이 없다고 딴소리를 했다.
이 보고서는 소유 집중 부분의 서두에서 프랑스 언론기업의 위기를 이렇게 지적했다.
“다른 유럽국가의 언론기업이 흑자를 기록하는 동안 프랑스 언론기업은 적자행진을 이어 왔다. 프랑스 언론기업은 하나 또는 두 개의 미디어를 갖고 있을 뿐인데 외국의 언론기업은 다수를 갖고 있다.”
물론 이 보고서는 프랑스 언론기업의 위기가 소유 집중과 강력한 언론그룹의 구성만으로 해결될 수 있다고 한 것은 아니지만 이를 가장 중요한 해결책으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반소유집중 규정이 거대 미디어그룹 설립에 장애가 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규정의 완화와 정확한 법 해석을 권고사항에 따로 포함시켰다.
MBC는 또 기자가 신문과 방송 겸영 기준을 완화해야 한다는 내용이 명시적으로 나와 있지 않다고 인정한 것처럼 보도했으나 기자는 MBC 기자와의 대화에서 보여줬듯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
송평인 파리 특파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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