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은 20일 취임식 참석을 위해 17일 낮 12시에 가족 친구 보좌관 및 특별히 선발한 ‘보통 미국 사람들’과 함께 열차를 타고 펜실베이니아 주 필라델피아를 떠났다. 델라웨어 주 윌밍턴에서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 당선인 부부가 탑승했고, 메릴랜드 주 볼티모어에서는 환영행사도 열렸다. 이 때문에 열차는 필라델피아에서 220km 떨어진 워싱턴까지 가는 데 6시간 반이나 걸렸다. 열차 이름은 ‘오바마 익스프레스’였지만 속도는 완행이었다.
▷오바마 일행이 탄 열차는 여객용 열차회사 ‘퍼스트 코치 레일’의 ‘조지아 300’ 모델 열차를 빌린 것이다. 1930년대 처음 제작된 뒤 현대식으로 개조됐다. 호텔급 실내 장식에 침실, 식당, 주방까지 있다. 1992년 조지 부시 대통령, 1996년 빌 클린턴 대통령, 2004년 존 케리 민주당 대통령 후보도 선거 유세 때 이 열차를 이용했다. 오바마 역시 지난해 4월 선거 유세 때 이용한 적이 있다.
▷오바마가 열차로 워싱턴에 입성한 코스는 그의 정치적 스승 격인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의 1861년 취임식 때를 연상시킨다. 링컨은 일리노이 주 스프링필드에서 워싱턴까지 가는 데 12일이나 걸렸고, 필라델피아에서 워싱턴까지 열차를 이용했다. 비행기가 발명되기 전이었던 링컨 시대에는 기차여행이 최선이었지만 자가용 비행기까지 흔한 지금 오바마가 열차로 워싱턴에 간 것은 링컨의 흑백 통합 이미지를 되살리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오바마의 열차가 미국을 되살리는 희망의 열차가 될 것인가.
권순택 논설위원 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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