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권순택]오바마의 희망 열차

  • 입력 2009년 1월 20일 02시 58분


미국 대통령 취임식이 한겨울인 1월 20일 열리게 된 것은 제32대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1933∼45년 재임)이 연임에 성공해 임기를 시작한 1937년부터였다. 그 전에는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 그리고 전임자의 유고 등 특별한 사정이 있었던 대통령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3월 4일 취임식을 했다. 1월 취임식은 대통령 당선에서 취임까지 3개월 이상 걸리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임기 개시 시점을 1월 20일 낮 12시로 정한 수정헌법 20조가 1933년 비준된 데 따른 것이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1985년 한파 때문에 의사당 안에서 취임식을 갖고 퍼레이드도 취소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은 20일 취임식 참석을 위해 17일 낮 12시에 가족 친구 보좌관 및 특별히 선발한 ‘보통 미국 사람들’과 함께 열차를 타고 펜실베이니아 주 필라델피아를 떠났다. 델라웨어 주 윌밍턴에서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 당선인 부부가 탑승했고, 메릴랜드 주 볼티모어에서는 환영행사도 열렸다. 이 때문에 열차는 필라델피아에서 220km 떨어진 워싱턴까지 가는 데 6시간 반이나 걸렸다. 열차 이름은 ‘오바마 익스프레스’였지만 속도는 완행이었다.

▷오바마 일행이 탄 열차는 여객용 열차회사 ‘퍼스트 코치 레일’의 ‘조지아 300’ 모델 열차를 빌린 것이다. 1930년대 처음 제작된 뒤 현대식으로 개조됐다. 호텔급 실내 장식에 침실, 식당, 주방까지 있다. 1992년 조지 부시 대통령, 1996년 빌 클린턴 대통령, 2004년 존 케리 민주당 대통령 후보도 선거 유세 때 이 열차를 이용했다. 오바마 역시 지난해 4월 선거 유세 때 이용한 적이 있다.

▷오바마가 열차로 워싱턴에 입성한 코스는 그의 정치적 스승 격인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의 1861년 취임식 때를 연상시킨다. 링컨은 일리노이 주 스프링필드에서 워싱턴까지 가는 데 12일이나 걸렸고, 필라델피아에서 워싱턴까지 열차를 이용했다. 비행기가 발명되기 전이었던 링컨 시대에는 기차여행이 최선이었지만 자가용 비행기까지 흔한 지금 오바마가 열차로 워싱턴에 간 것은 링컨의 흑백 통합 이미지를 되살리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오바마의 열차가 미국을 되살리는 희망의 열차가 될 것인가.

권순택 논설위원 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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