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나라에서든 대도시는 강을 끼고 발전한다. 강은 도시에 자연의 숨결을 불어넣는 원천이고 생활의 터전이기에 도시의 중요한 시설과 기관들이 강변에 모여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템스 강이나 센 강 주변이 성당 의회 미술관 등 공공건축물과 보행자도로 위주로 개발된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강 자체는 공공의 것이지만 강이나 바다가 보이는 곳에는 좋은 주택과 호텔들이 경쟁하듯 들어선다.
▷한강 주변의 경관은 경제 개발기에 다소 손상됐다. 1960∼80년대 한강의 기적이라는 압축성장의 이면에는 강변도로와 성냥갑 아파트 건설이 있었다. 강남 아파트들은 한강을 뒤로 한 채 똑같은 모양으로 늘어서 있다. 남향(南向)에 대한 한국인의 집착이 낳은 단조로운 풍경이다. 성냥갑 아파트는 획일적인 스카이라인을 만들어냈다. 흡사 아파트로 담을 쳐놓은 것 같은 한강의 스카이라인을 보고 있노라면 절로 답답한 기분이 든다. 더욱이 자동차들이 쌩쌩 달리는 강변도로가 가로놓여 한강은 보행자가 접근하기에 불편한 공간이 되고 말았다.
▷서울시가 한강변에 고층아파트를 허용해주는 대신 토지 지분 25%를 받는 방안을 발표했다. 기부 받은 토지에 공원을 만들어 강변을 시민의 공간으로 되돌려주겠다는 얘기다. 부동산 값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없진 않지만 잘만 한다면 단조로운 한강 경관을 바꾸고 도시의 공간구조를 재편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현란한 스카이라인을 자랑하는 미국 뉴욕 맨해튼이 답답하지 않은 것은 건물과 건물 사이에 시민이 공유하는 탁 트인 공간(오픈 스페이스)이 있어 보행자도 얼마든지 외부 경관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 도심을 유유히 흘러가는 한강을 내외국인이 더 가까이서 함께 즐기게 된다면 얼마나 좋은가.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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