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권순활]통신 빅뱅

  • 입력 2009년 1월 22일 02시 55분


18세기 중엽 영국에서 산업혁명이 시작된 뒤 세계경제의 획기적 도약을 이끈 몇 가지 핵심 산업이 있었다. 증기기관 발명은 농업사회 동력(動力)의 한계를 뛰어넘으며 면직(綿織)과 제철산업을 발전시켰다. 19세기의 철도산업은 1차 산업혁명의 마지막 불꽃이었다. 20세기 후반 급성장한 통신 및 전자산업은 정보혁명의 시대를 열었다.

▷국내 최대 통신회사인 KT가 자회사인 KTF와의 합병 계획을 발표하면서 통신업계가 전운(戰雲)에 휩싸였다. 이석채 KT 사장은 “유무선 통합과 방송통신 융합이라는 세계적 흐름에 발맞춘 이번 결정이 새로운 서비스와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정만원 SK텔레콤 사장은 “KT와 KTF가 가진 유무선 통신시장의 독점력 및 지배력이 전이되면서 전체 통신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을 통한 산업발전이 원천 봉쇄될 것”이라고 반박한다. LG그룹 통신계열 3개사는 ‘합병 불허’를 주장하면서도 합병이 불가피하다면 경쟁을 촉진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선행돼야 한다고 촉구해 SK 측과 ‘온도차’를 보인다.

▷무선통신 1위인 SK텔레콤이 지난해 유선통신업체 하나로텔레콤(현 SK브로드밴드)을 인수한 데 이어 유선통신 1위인 KT와 무선통신 2위인 KTF의 합병이 성사되면 국내 통신업계는 본격적인 ‘빅뱅’을 맞는다. KT가 KTF를 합병하면 매출 19조 원, 총자산 23조6000억 원, 직원 수 3만8000명의 대형 단일 통신업체가 탄생한다. 이에 맞서기 위한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 LG텔레콤 LG데이콤 LG파워콤의 합병도 시간문제다. KT SK LG그룹이 각각 하나의 대형 통신회사 체제로 정면대결을 벌이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사안이 대개 그렇듯 합병 찬성과 반대 논리 모두 나름대로 일리가 있다. 그러나 찬반 논리를 하나하나 국민경제 차원의 종합적 득실로 환산하기는 쉽지 않다. 통합 승인 여부를 결정해야 할 방송통신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 등 정부도 고민이 클 것이다. 미디어 융합시대를 맞아 더욱 중요해진 통신사업 성장과 소비자 이익, 전체 경제적 파급효과를 극대화하면서도 불공정 경쟁이라는 뒷말이 나오지 않도록 할 지혜가 절실하다.

권순활 논설위원 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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