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위원장이 이렇게 성하지 않은 모습으로 왕 부장을 만나고 사진을 공개한 뜻은 무얼까. 그는 과거에도 우리의 설에 해당하는 중국 춘제 무렵 중국의 환심을 사기 위한 행사를 갖곤 했다. 이번에 왕 부장을 접견한 시점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취임 사흘 뒤라는 점도 우연이 아닐지 모른다. 중국 신화통신은 김 위원장이 “북한은 한반도를 비핵화하려 힘쓰고 있다. 한반도 정세의 긴장상태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그가 왕 부장한테 했다는 말은 중국과 미국을 향한 립 서비스 같다.
▷북한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남한이 육해공 전면에서 군사적 도발을 하고 있다고 억지를 부렸다.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은 17일 군복 차림으로 조선중앙TV에 나와 “대남 전면 대결태세에 진입하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북한은 전쟁에 대비한 주민 대피 훈련까지 강화하며 긴장을 조성하고 있다. 외무성 대변인은 13일 담화를 통해 6자회담 합의를 무시한 채 북핵문제 해결에 앞서 북-미 관계 정상화를 요구했다. ‘긴장상태를 원하지 않는다’는 김 위원장의 말과는 딴판이다.
▷1992년의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을 무시한 채 핵개발을 강행한 북한이 지금도 핵 불능화를 거부하고 있는데 ‘한반도 비핵화에 힘쓰고 있다’는 말을 믿으란 말인가.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에서 북한을 오랫동안 경험했던 콘돌리자 라이스 전 국무장관은 퇴임을 한 달여 앞둔 작년 12월 17일 “아무도 북한을 믿지 않는다. 바보나 북한을 믿는다”라고 쏘아붙였다. 김 위원장은 행동으로 뒷받침되지 않는 립 서비스로 ‘오바마의 미국’도 오도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걸까.
권순택 논설위원 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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