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박상우의 그림 읽기]울지마오, 꽃피는 날 오리니

  • 입력 2009년 1월 31일 03시 00분


‘꿈-몽상’ 최성두. 그림 제공 포털아트
‘꿈-몽상’ 최성두. 그림 제공 포털아트
세상을 살다보면 인생무상(人生無常)이라는 말을 종종 듣게 됩니다. 기쁘고 행복한 경우가 아니라 반대의 상황에서 사람들은 그 말을 탄식처럼 입에 올리곤 합니다. 예를 들어 사업에 실패한 사람, 오래 다니던 직장에서 실직한 사람, 사랑하는 사람을 저세상으로 먼저 떠나보낸 사람의 입에서 그런 말이 흘러나오면 주변 사람은 지극히 자연스럽게 받아들입니다. 이상하게 여겨서 나는 한동안 사람들에게 인생무상의 뜻을 묻고 다녔습니다. 그대는 인생무상의 뜻을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고등학생에게도 묻고 대학생에게도 묻고 직장인에게도 묻고 선생님에게도 물었습니다. 시장 아줌마에게도 묻고 작가에게도 묻고 시인에게도 물었습니다. 정말 기억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사람에게 물었으나 그들의 입에서 나온 대답은 놀라울 정도로 대동소이했습니다. 허무, 허망, 허탈의 유사 의미로 인생무상을 인식하기 때문입니다. 낙담하고 낙심하고 희망이 보이지 않을 때, 인생 뭐 별것 있느냐, 살다가 죽으면 그만이다, 하는 식으로 그 말을 사용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인생무상의 뜻이 과연 그런 것일까요?

무상(無常)의 의미는 ‘항상 일정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없다’입니다. 의역하면 모든 것은 매순간 변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참으로 우주만물은 시시각각 변모를 거듭하니 사람으로 치면 아이가 어른이 되고, 어른이 노인이 되는 과정과 같습니다. 새것이 낡은 것이 되고, 지금이 옛날이 되니 그것이 자연의 흐름을 조성합니다. 사람들은 죽음을 단절이나 정지라고 여기지만 죽음 이후에도 변화는 쉬지 않고 지속되어 우리 몸이 흙으로 돌아가고 거기서 무수한 생명의 자양분이 잉태됩니다. 그런 유기성을 생물학적으로 물리학적으로 이해하면 나와 남, 이것과 저것의 구분이 무의미해집니다. 모두가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인생무상은 우리의 현실을 결과가 아니라 과정으로 받아들이게 합니다. 그러니 현재를 불행이나 절망이라 여기고 낙담하거나 낙심해서는 안 됩니다. 부처는 제행무상(諸行無常)이라는 말로 인생의 망상을 일깨웠고, 예수는 ‘늘 깨어 있으라’라는 말로 진리가 고착된 것이 아님을 일깨웠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만해 한용운 선생은 ‘거대한 진리의 수레바퀴가 구른다’는 뜻의 전대법륜(轉大法輪)으로 우주의 이치를 일깨웠습니다.

인생은 쉼 없이 지나가는 과정. 그러니 오늘 진흙탕에 빠져 수레바퀴가 잘 구르지 않는다고 수레를 멈출 수는 없습니다. 맑은 날, 흐린 날, 비 오는 날, 눈 내리는 날, 바람 부는 날… 그것들은 그저 인생의 배경이지 인생 자체가 아닙니다. 인생무상, 그것이 있어 우리는 쉼 없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인생무상, 인생무상, 인생무상…. 자꾸 읊조리다 보면 세파에 시달리던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는 게 느껴집니다.

박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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