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홍찬식]한국에 온 클림트

  • 입력 2009년 1월 31일 03시 00분


오랫동안 제국의 영화를 누렸던 오스트리아 사람들은 세계 문화의 중심지에 살고 있다는 자부심이 대단하다. 오스트리아 음악을 대표하는 인물이 볼프강 모차르트(1756∼1791)라면 미술 쪽에는 구스타프 클림트(1862∼1918)가 있다. 수도 빈의 벨베데레 국립미술관에 걸려 있는 그의 걸작 ‘키스’는 오스트리아의 국보(國寶)로 추앙받는다. 문예사조에서 클림트는 상징주의 화가에 속한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는 사실주의에 반대해 나타난 상징주의는 몽환적(夢幻的) 이미지가 특징이다.

▷클림트의 인기는 세계적으로 높다. 그의 ‘아델레 블로흐 바워의 초상 I’은 2006년 당시 세계 최고가인 1억3500만 달러에 거래돼 화제를 모았다. 한국에선 1990년대 이후 ‘클림트 붐’이 일기 시작해 이제는 두꺼운 마니아층을 형성했다. 그의 작품을 담은 캘린더가 나오고 상품 광고에도 그림이 차용되고 있다. 키스 같은 작품은 10대들의 러브레터에도 등장할 정도다. 그동안 그는 학교의 미술 수업에서는 자주 다뤄지지 않았다. 그림 속의 에로틱한 분위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선뜻 소개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았던 화가가 열풍을 일으키는 건 이례적 일이다.

▷클림트에겐 관객을 흡인하는 힘이 있다. 은은한 황금빛 톤에 담겨 있는 등장인물의 신비로운 표정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관객은 몰입의 경지에 빠져든다. 클림트는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에 활약했던 화가다. 불안과 우울, 관능은 당시의 문화적 코드였다. 클림트가 지닌 뛰어난 감성 면에선 한국인도 부족할 게 없다. 그런 공통점이 우리에게 클림트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게 아닐까.

▷유화 30여 점을 포함한 200여 점의 클림트 작품이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2월 2일부터 국내 첫 전시를 갖는다. ‘유디트 I’ ‘아담과 이브’ 등 낯익은 작품이 많이 들어 있다. 오스트리아 이외의 지역에서 이번처럼 클림트 작품이 많이 전시되는 적은 없었다고 한다. 일본에선 과거에 몇 점 정도를 전시하는 데 그쳤다. 명성에 걸맞게 서울에 온 작품 전체의 보험가액이 10억 유로, 우리 돈으로 1조8000억 원이다. 미술 애호가라면 이번 전시회는 놓쳐서는 안 될 기회다.

홍찬식 논설위원 chansi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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