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홍찬식]신문惡法과 미디어법

  • 입력 2009년 2월 4일 03시 01분


노무현 정권이 만든 대표적인 악법(惡法)인 ‘신문 등의 자유와 기능보장에 관한 법률(신문법)’은 2005년 1월 1일 새벽 국회를 통과했다. 노 정권이 막무가내로 밀어붙인 국가보안법 사립학교법 과거사법 등 ‘4대 법안’ 가운데 가장 먼저 통과된 법이었다.

▷한나라당은 표결에 적극적으로 반대하지 않았다. 4대 법안 가운데 과거사법 처리를 뒤로 미루는 대신 신문법을 먼저 표결 처리하는 데 합의했다. 1년 반 뒤 헌법재판소로부터 일부 위헌 결정을 받은 신문악법은 이처럼 한나라당의 ‘협조’로 탄생했다. 일부 의원은 찬성표를 던지기도 했다. 고진화 김명주 김충환 박계동 박세환 박형준 이성권 이재웅 정종복 의원 등 9명이 그들이다. 위헌 결정이 내려진 지 3년이 가까워 오는데도 개정작업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신문법 입법을 주도한 열린우리당의 후신인 민주당은 물론이고 한나라당도 먼 산 불 보듯 하고 있다.

▷이번에는 신문과 방송의 겸영을 허용하는 문제를 놓고 여야가 대립 중이다. 2월 임시국회에서도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미디어 관계법안 처리가 최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디어법 관철을 공언해온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분열음이 들린다. 박근혜 전 대표는 그제 청와대 오찬에서 “쟁점 법안에 대한 정부 야당 국민 간 괴리가 크다”며 신속한 처리에 부정적인 의사를 내비쳤다. 그가 말하는 ‘쟁점 법안’에는 미디어법안도 들어 있다. 미디어법안에 반대해온 MBC 같은 매체들은 우군이라도 얻은 듯 반기고 있다. 그의 발언은 한나라당 내 친박(親朴) 진영에도 영향을 줄 게 분명해 미디어법안이 제대로 통과될 수 있을지 회의적인 관측이 나온다.

▷박 의원은 신문법 처리 때 한나라당 대표였다. 당 대표로서 위헌 법률의 탄생을 방조한 책임이 있다. 박 전 대표가 미디어법안에 계속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면 이번에도 민주당을 도와주는 셈이 된다. 민주당은 지난 정권에서 획득한 방송 유착 기득권을 고수하려 한다. 미디어법안에는 신문법의 위헌 요소를 바로잡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구시대적이고 폐쇄적인 지상파 TV의 문어발식 독과점을 깨자는 법안이다. 박 전 대표의 대승적 판단이 필요하다.

홍찬식 논설위원 chansi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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