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가 주저앉는 원인은 50여 가지나 된다. 사람이 바로 서지 못하는 데도 골절 관절염 뇌질환 같은 많은 요인이 있는 것처럼 소도 마찬가지다. 한쪽 또는 뒷다리를 앞쪽으로 뻗으면 고관절 탈구, 사지를 구부리면 폐쇄신경마비로 추정한다. 소가 주저앉을 때 흔히 의심할 수 있는 원인은 칼슘 부족이다. 젖소는 우유를 생산하고 여러 번 새끼를 낳기 때문에 칼슘이 모자라 이런 현상을 보이기 쉽다. 12개월 이상 된 젖소에서 주저앉는 소가 발생할 가능성은 1.1%라고 한다.
▷지난해 6월부터 최근까지 국내에서 주저앉는 소 41마리가 식용으로 쓰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MBC PD수첩의 지난해 4월 방송 내용대로라면 41마리의 ‘광우병 소’가 출현한 셈이다. 주저앉는 소를 광우병 소라고 주장하는 것은 주저앉는 사람을 ‘인간 광우병’인 변형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vCJD) 환자로 진단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렇다고 해서 주저앉는 소가 식용으로 안전하다는 뜻은 아니다. 주저앉는 소는 인수(人獸) 공통의 브루셀라병에 걸렸을 수 있다. 광우병에 걸린 소의 전형적인 증상도 주저앉는 것이다. 어떤 경우든 원인불명으로 주저앉는 소의 고기가 식탁에 올라서는 안 된다.
▷악덕업자들은 전국의 축산농가에서 주저앉는 소들을 싼값에 사들여 다른 소의 브루셀라 검사증명서를 붙인 뒤 도축해 시중에 유통시켰다. 먹을거리로 장난을 치는 업자들의 양심불량도 나쁘지만 허술한 관리체계도 문제다. 부상, 난산, 산욕마비, 급성고창증으로 주저앉는 소의 경우 수의사 입회 아래 도축장이 아닌 농장에서도 도살할 수 있도록 돼 있는 제도상의 허점도 남아 있다. 지난해 미국산 쇠고기를 놓고 치른 난리를 생각하면 우리는 역시 냄비체질 같기도 하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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